암살자의 밤 -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을 암살하고자 했던 히틀러의 극비 작전
하워드 블룸 지음, 정지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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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의 밤 -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을 암살하고자 했던 히틀러의 극비 작전 (Night of the Assassins: the Untold Story of Hitler's Plot to Kill FDR, Churchill and Stalin, 2020)』 하워드 블룸 Howard Blum 지음, 정지현 옮김, 타인의사유, 2024   



*. 타인의사유 출판사가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독일은 거의 유럽 전역을 지배했다. 한때였다. 여전히 넓은 영토를 지배하고 있었지만 종전 2년 전인 1943년쯤이 되자 나치 독일이 결국 연합국에게 패할 것이란 게 사실상 확실해졌다. 1943년 1월 카사블랑카에서 모였던 미국, 영국, 프랑스의 수뇌부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추축국은 무조건 항복 unconditional surrender 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한 달 후 소련은 독·소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후 7월 연합국은 시칠리아를 침공했고, 9월에 이탈리아 왕국은 독일과 일본보다 먼저 항복했다. 당시 스탈린그라드 전투 때문에 참석할 수 없었던 소련의 스탈린까지 모여 11월에 또다른 회담이 열렸다. 이란 테헤란에서였다.


  테헤란 회담은 세계사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듯하다. 직전에 있었던 카이로 회담 때문일텐데, "한국을 '적절한 시기'에 독립시키기로 결정"한 카이로 선언이 우리 역사에 미친 파급력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미국, 영국, 중화민국 3개국이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결의가 카이로에 모인 목적이었다면, 미국과 영국은 뒤이어 유럽에서 독일을 굴복시키기 위해 테헤란에서 소련과 힘을 모았다. 이미 소련과 육상전에서 밀리고 있던 독일 입장에서 미국과 영국까지 감당할 수는 없었다. 독일은 사실상 사형 선고가 될 테헤란 회담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했다. 


  다만 이미 불리해진 전세를 군사 작전으로 뒤집을 순 없었기에 독일은 패전하더라도 합리적으로 평화 협상을 이끌어낼 수단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 와중에 독일이 접한 소식이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에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장소였다. 세 사람이 어디에서 회의를 하는지 독일은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회담은 절대 열려선 안됐다. 세 사람을 한 번에 죽이는 게 확실했다. 적국 최고 지도자를, 한꺼번에 모조리 암살하겠다는 기상천외한 작전이었다. 이른바 '롱 점프 Long Jump' 작전이었다. 연합국도 눈 뜨고 당할 수는 없었다. 테헤란 회담을 두고 죽이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간 치열한 물밑 작업, 암살 작전은 이렇게 전개됐다. 


  때론 실화가 영화보다 더 극적인 것처럼, 이 이야기는 실화다. 우리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 이야기는 비교적 최근에 소련 기밀 문서가 해제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암살 작전을 실행하려는 이와 막으려는 이들 외에도 같은 국가 안에서 서로 다른 셈범에 따라 움직이던 여러 정보 기관 때문에 상황은 몹시 어지럽다. 그럼에도 이 복잡한 사안들이 결국 테헤란이라는 한 지점에서 수렴하는 걸 보면 작가가 선후 관계 정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기밀 ㅁㄴ서를 읽고 또 읽으며 재구성했을지 감히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정확히 어디까지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어찌됐든 여기에는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한 지점이 정말 많을 것이다. 아무리 예전 일이라도 정보 기관이 모든 정보를 공개하리라곤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건이 충분히 개연성을 띤 채 전개되는 건 작가 하워드 블룸의 역량이 충분해서 일 거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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