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리아 - 플루타르코스에게 배우는 지혜 한길그레이트북스 170
플루타르코스 지음, 윤진 옮김 / 한길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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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지식과 체계의 근본은 절대 다수가 서양에서 나온 것이며 그 근원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전통이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그리스와 로마의 전통은 보통 함께 묶이는 경우가 많지만 둘은 같은 점만큼이나 다른 점도 많았다. 그리스의 경우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중심으로 지중해 유역에 수많은 도시 국가들이 존재했고 저마다 다른 개성과 특징을 자랑했다. 예컨대 아테나이와 스파르타를 비교해보면 공통점보단 차이점이 훨씬 두드러진다. 그에 반해 로마는 공화정으로 출발하긴 했지만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에 걸친 대제국으로 변모했고 이 광대한 영토를 하나로 묶기 위해선 ‘로마’라는 정신이 자리잡을 필요가 있었다. 황제라는 정치 권력이 등장하면서 로마인들의 신앙 역시 그리스 신화의 다신교에서 유일신앙의 기독교로 변모한 것은 그래서 필연적이었다.

    이렇게 다른 점이 많은 그리스와 로마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 인물이 플루타르코스(Plutarchos, 46~119?)다. 그는 그리스 태생이었지만 당시 그리스는 제정 로마의 속주, 다시 말해 식민지 상태였다. 로마 시민권을 받을 정도로 로마의 통치를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그는 아폴론의 신탁을 계시해주는 무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델포이에서 신관으로 죽기 전 30년 정도나 봉직했기에 그리스의 전통도 잘 이해하고 있던 인물이라 볼 수 있다.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작품은 영웅 50명의 전기인 흔히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라 알려진 <대비열전 Bioi Paralleloi>이지만 교육, 지혜, 역사, 철학, 종교에 관한 담론들을 담은 <모랄리아>도 14세기 초 이래 여러 학자들이 편집하여 오늘날까지 읽히고 있다. 이 책은 충북대에서 역사학을 연구하는 윤진 교수가 지혜에 관한 담론 다섯 편을 추려낸 것이다.

    플루타르코스가 이 책을 쓴 게 거의 2천년 전인데 책에 나오는 일화들은 그보다 전이다. 당대의 수많은 인명들이 쏟아져 나오기에 마치 러시아 문학을 읽을 때처럼 머리가 어지러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짧은 일화들의 모음집이기에 호흡도 짧으며, 인물의 이름에 집착하지 않고 이 인물들이 어떤 ‘말’을 남겼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과 울림을 주는 지를 곱씹어 본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카이사르같은 유명한 인물이 남긴 말도 찾아볼 수 있지만 역시 눈길이 가는 건 책의 후반 스파르타인들의 어록이다.

    앤더슨의 <상상된 공동체>나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의 주장처럼 근대 국가는 산발적인 개인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으면서 성립했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은 국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교육제도였고,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파르타식 교육’에서 기원한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강조하는 근대적 교육의 원형은 이미 고대 그리스 일부에 존재하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이 책의 일부이고, 미번역된 내용과 소실되어 현재에 전하지 않는 전체 분량을 생각하면 극히 일부겠으나 이러한 사상이 단초가 되어 유럽에 독일이나 이탈리아 같은 국가가 어떻게 근대에 출현했는지 살펴보면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차치하고서 이 책을 그저 재미있는 옛 이야기 모음으로 봐도 충분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형용사로 ‘도덕적인, 도의상의’ 그리고 명사로 ‘교훈’을 뜻하는 영단어 moral과 책의 제목 Moralia를 떠올려보자. 진정한 가르침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그 함의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지식은 시간이 지나며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지혜는 우리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우리를 한층 더 성장시킨다.



*. 한길사 대학생 서포터즈 4기 활동으로 한길사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서평은 전적으로 제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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