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필요한 시절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황규관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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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는 시대다. 해마다 떨어지는 독서율은 도저히 반등의 기미를 보여주지 않는다. 책 이외에도 즐길거리가 너무도 많아진 요즘,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떠도는 최신의 정보 앞에서 책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하물며 문학이라니! 범람하는 드라마와 영화, 만화, 게임 같은 매체들 사이에서 문학의 자리가 있기는 한 것일지 의심스럽다.

문학은 글을 매개로 한다. 글은 쓰는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몇 번이고 다시 쓸 수 있고, 다시 읽을 수도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글에는 차곡차곡 생각이 쌓인다. 다시 말해 글을 쓰는 것은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고, 글을 읽는 것은 다른 이의 생각에 다가가는 것이다. 이처럼 글은 시간을 간직한다. 이 시간 너머에는 사유가 층층이 겹쳐있다.

문학을 학문으로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지만 문학은 다른 어떤 것보다 일찍 발달한 것은 사실이다. 인간의 문명은 글을 남기게 될 수 있던 시점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시공간을 넘어 나의 생각을 다른 이에게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글이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면 글은 사유와 철학이 된다. 문학은 허구라지만 이 허구에는 사실보다 더 진짜같은 진실이 담겨있다.

대학 때 문학을 전공한 나는 꽤나 오랫동안 문학이 뭔지, 문학이란게 정말 필요한 건지 고민해볼 시간이 길었다. 문학에는 여러 장르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시인은 돋보인다. 극도로 정제된 표현을 써서 많은 것, 아니 모든 것을 표현하는 이들이 시인이다. 단어 하나하나에 어느 누구보다도 공을 들이며 절대 타협하지 않는 대목이 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부터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병폐를 포착한 황규관 시인의 시선에는 날카로움이 서려있다.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고치려는 생각이 없다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문학의 역할이 필요하다. 삶에는 정답과 오답만으로 나눌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나 많기에 우리는 최선을 찾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고민없이 살기엔 우리의 삶은 너무도 길고, 또 너무도 소중하다.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문학이 필요한 시절이다.


*.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그러나 서평은 전적으로 제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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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4 2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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