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세트 - 전3권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외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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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니, 이야기로 덮힌 인생을 살아간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매체가 발달하면서 책만이 아닌 연극, 영화, 드라마, 만화같은 이야깃거리에 빠져드는 것이 어느새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환영받는 건 아니다. 무엇이 좋은 이야기인지에 관해서는 저마다의 기준이 있겠으나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바로 ‘재미’. 좋은 이야기라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로알드 달은 좋은 이야기꾼이다. 여러 인물이 등장해 갈등을 주고 받으며 서사를 전개하는 장편소설과는 달리 단편소설의 분량은 몹시 제한적이다. 등장인물의 수도, 주어진 시간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29개의 대표 단편으로 이루어진 3권의 로알드 단 선집은 ‘재미’라는 빛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29개의 서로 다른 스펙트럼이라 말하고 싶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어딘가 모자란 인간은 완벽함을 추구한다. 그와 동시에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욕망한다. 요컨대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뭔가를 욕망하는 과정에서 완벽함을 꿈꾸려다가 일이 터진다.’는 것이 로알드 달이 그리는 세계의 핵심이다. 더 나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며 거침없이 액셀을 밟지만 목표가 눈 앞에 보이는 지점에서 본의 아니게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그런 상황, 그것이 인생이란 걸지도 모른다.

마냥 웃기도, 울지만도 못하는 ‘웃픈’ 상황을 이렇게 재미나게 묘사하는 것은 역시 작가의 역량이 그만큼 뛰어나서일 것이다. 갖가지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달콤한 상상을 보여주고, 결말에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갑작스레 등장하는 것은 우리가 아는 영국식 블랙유머 그 이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야기가 뻔하면 재미있기 힘들다. 그건 클리셰(cliché)다.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들에게 검증을 받은 게 클리셰라지만 그만큼 예측하기도 쉬워 전형적이다. 하지만 달은 클리셰를 절묘하게 비틀어, 그 결말을 이야기의 완전 마지막 부분에 던져준다. 짧은 이야기들의 묶음이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것은 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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