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거대한 것들의 과학 - 생명의 역사를 읽는 넓고 깊은 시선
김홍표 지음 / 궁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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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와중에도 살아 숨쉬는 것이 생명이다. 설령 그것이 아무리 작고 사소할 지라도 말이다. ‘작은’ 것들은 사실 ‘거대’하다. 우리는 수많은 작은 것들에 둘러쌓여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은 것들을 관찰해서 포착한 세상을 과학적으로 읽는 사유를 담았다.

모든 학문이 마찬가지겠지만 과학은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얼핏 당연해 보이는 것을 포착하려면, 그리고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밝히려면 내 주위에 관심을 가지는 태도가 과학에서는 꼭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자연과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는다.

흔히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는 표현을 써서 다른 생물들과 격차를 두지만 인간도 결국 생물의 한 종류일 뿐이다.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모든 생물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신체와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최적화시켜며 진화했다. 동물과 식물, 다세포와 단세포 생물 사이의 경계는 이렇게 무너진다.

‘천문학적 단위’라는 말이 있다. 우주의 규모는 너무도 거대해서 우리 인간이 일상적으로 쓰는 단위로는 표기가 아득해져서 광년 같은 그 분야에서만 통용되는 특수한 단위를 사용한다. 나 역시 중고등학교 때 우주에 관한 내용을 배우면서 그 엄청남에 기가 눌린 적이 있다. 하지만 우주가 아스라이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는 수 십조 개에 달한다. 새로 생기고 없어지는 세포의 수도 상상을 초월한다. 몸을 ‘소우주’라 지칭할 만하다.

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세상의 만물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고, 자연이라는 개념도 하나의 유기체이며, 모든 생물은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은 예전에는 상식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우리가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상호작용을 탐구하고 그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는 자연에 관해서, 우리에 관해서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세상은 아직 수수께끼 투성이다. 과학 앞에서 우리는 그저 생물의 한 종일 뿐이며 한없이 겸손해진다. ‘왜?’라는 의문에서 출발하는 사유를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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