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딸 : 뒤바뀐 운명 2
경요 지음, 이혜라 옮김 / 홍(도서출판)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제의 딸 2권은 제비가 영비마마께 자미의 입궁을 부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차분하고 신중한 성격의 자미가 궁에 들어갔으니, 이제 황궁 생활이 조금은 평안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자미는 입궁한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황후에게 꼬투리를 잡혀 뺨을 맞고 요주의 인물이 된다. 다행히 제비 일행이 건륭황제에게 미리 용서를 구해 사건이 정리되는 듯 했으나, 제비가 건륭황제와 스승에게 학업 성취에 대한 검사를 맞는 도중 자미는 용상궁에게 끌려가 고문을 받고 말았다. 가뜩이나 몸이 약한 자미인데 소설 내내 발길질을 당하고, 뺨을 맞고 고문도 받고 대신 칼에 맞는 등 힘든 일을 많이 겪어서 더 안쓰러운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비가 학업에 대한 검사를 받는 장면은 꽤 달달하고 재밌는 장면이었는데, 바로 뒤에 고문을 받는 장면이 나와 온탕과 냉탕에 번갈아 들어간 듯 했다. 그리고 여담으로 제비가 '곤장안아프개'라는 나름의 발명품을 만들었을 때, 나는 이게 단순한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고 수많은 황족과 궁녀들이 써먹는 꿀아이템이 될 줄 알았다. 예상과 달리 소설이 끝날 때까지 다시 나오진 않았다.


자미가 바늘 고문을 받는 장면은 드라마로 봤을 때도 워낙 충격적이라 기억나는 부분이었는데 소설로 읽으니까 더 생생하게 느껴졌고 끔찍했다. 그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 황후도 나름 사랑받지 못한 안쓰러운 서사가 있는 인물이라, 2권에서 약간 반전되는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 장면을 보고 나서 정이 뚝 떨어졌고 앞으로도 계속 악역으로 남겠다는 걸 직감했다. 또한 2권에서 주목할만한 부분 중 하나는 건륭황제와 자미가 가까워지는 과정이었다. 자미와 바둑 친구가 되면서 황제는 자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이후 글짓기에 능하고, 황제의 오래된 시도 기억하고, 매사에 현명하고 사려 깊은 모습을 보여주는 자미를 황제는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황제가 자미를 안 좋아하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자미는 최선을 다했다. 또한, 은연중에 황제는 자미에 대한 부성애를 느꼈지만, 당연하게도 친자식이란 생각을 하지 못해서 그 감정을 정의내리지 못한다. 나중에 제비가 사실을 털어놓아 진실을 깨닫게 된다.


제비는 황제에게 진실을 털어놓을 때도 충동적이었다. 정말 최악의 타이밍에 폭탄을 펑 떨구는 것 같았다. 모두가 말릴 때도 본인의 입을 닫지 못해 털어놓고 바로 후회하는 모습에 고구마와 사이다를 동시에 먹은 듯한 기분이었다. 직설적이라는 점에서는 사이다인데 상황을 답답하게 만든다는 점에선 고구마 같았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임에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남았던 건 작가의 역량인 것 같다. 미운 짓만 골라하는 데 미워할 수가 없다. 이건 제비의 정말 큰 매력이자 자산이다. 현실에도 이런 사람을 보면 정말 부럽다고 느낀다.


앞서 1권을 읽으면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복이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2권의 후반부를 계속 읽으면서 이태만 짝이 없어서 약간 섭섭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 인연이 맺어졌고 이태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오황자 영기와 이강 또한 먼치킨 캐릭터로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황후의 심복인 용상궁도 기억에 남는다. 소설에서 용상궁이 제비와 자미를 괴롭히다 오히려 본인이 더 당하는 장면이 몇번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속이 너무 시원했다. 용상궁은 황제의 딸에서 빠져서는 안 될 감초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또한 2편에서 제비가 영기에 대한 마음을 알아차리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정말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풋풋함이 느껴져서 사랑스러웠다. 전체적으로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들의 밝고 용기있는 모습을 보며 나까지 밝아지는 것 같았다. 모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소설을 읽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