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의 대화 - 개정 완역판
템플 그랜딘.캐서린 존슨 지음, 권도승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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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본적으로 동물에 관한 책이지만, 자폐인인 저자의 시선에서 동물 뿐만 아니라 자폐인과 일반 사람의 특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반려견을 대할 때 스스로 미숙했던 점도 알 수 있었고, 자폐인이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또한 알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이 방대해 마치 동물 백과사전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책의 저자가 말하길 일반 사람은 불필요한 정보를 무의식에서 차단하고 보고자 하는 것만 보는 경향이 있지만, 동물과 자폐인은 모든 것을 듣고 느끼며 받아들인다고 한다. 나 또한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개에 관련된 내용이 유독 인상적으로 남은 것 같다. 그 중 하나는 개는 바람이 얼굴이나 귀 안쪽으로 파고드는 것을 싫어한다는 부분이었다. 난 가끔 강아지에게 입으로 바람을 불곤 하는데, 강아지가 뽀뽀하면서 내 체취를 맡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바람을 부는 건 하지 말아야겠다고 느꼈다. 또한 동물의 감정은 단순하고 순수해서 양가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의 경우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증오하는 애증의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동물의 경우 누군가에 대해 좋고 싫은 게 동시에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단순한 감정의 폭은 자폐인에게서도 일부 나타난다고 한다. 자폐인은 동물과 사람의 중간 단계와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저자는 책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강조하고 있었다.


동물의 공격성 파트 앞부분에 나오는 강아지의 살생 사례는 실제로 본 장면과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얼마전 우리집 강아지가 뱀을 잡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동물이 살생을 할 때는 생존을 위해 죽이는 경우와 재미를 위해 죽이는 경우가 있는데, 재미를 위해 죽이는 경우엔 비효율적으로 사냥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체력 소모를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또한 사냥이 아닌 사료나 가공된 고기를 통해 음식을 얻는 경우, 죽인 동물은 먹는 것이라는 개념도 없어서 먹지도 않고 그냥 죽이고 만다고 한다. 또한 강아지가 무언가를 죽일 땐 일단 본능적으로 목을 물고 이리저기 패대기치며 흔드는 패턴으로 죽인다고 하는데 이 부분도 목격한 장면과 일치했다. 그런데 난 이 책의 사례에 나온 사람과 달리 이 장면을 봤다고 해서 강아지에게 정떨어진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냥 본능을 따라간 거라 생각했고 여전히 사랑스럽고 착한 강아지였다.


또한 다양한 동물들의 의사소통에 대해 다루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코끼리는 인간이 들을 수 없는 범위의 초저음파로 소통하는데, 수킬로미터 바깥에 있는 거리에서도 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땅바닥을 발로 구르면서 느껴지는 진동으로 교신할 수도 있다고 한다.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프레리도그는 초음파로 명사, 동사, 관사를 포함하는 의사소통 체계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프레리도그는 이 의사소통 체계를 선천적으로 알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세대에 걸쳐 축적된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라 한다. 그 외 돌고래와 앵무새의 사례도 나와있었다. 동물들도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자세한 연구결과를 통해 접하니까 좀 신기했다.


동물의 통증과 고통 파트에서 나온 전두엽 절제술 사례도 기억에 남는다. 예전에 전두엽 절제술을 받고 성격이 충동적으로 변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전두엽 기능이 마비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는데, 이 부분을 읽고 어느정도 궁금증이 풀린 것 같다. 전두엽 절제술을 받은 사람은 기본적인 지능 검사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아주 간단한 미래도 계획하지 못했다. 몇일날 시간이 되는지, 어떤 경우의 수가 확률이 높은지에 대해, 일반인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부분도 예측하지 못했다. 더 무서운 부분은 그들이 수술을 받고 난 뒤, 통증과 고통을 분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통증은 예전과 똑같지만, 그에 대해 고통은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전과 똑같이 아픈데 고통이 없다'는 표현이 정말 이질적으로 들렸다. 그런데 자폐인들 또한, 전두엽 절제술을 받은 사람들 만큼은 아니지만 통증이 있어도 고통을 덜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큰 숲보다 나무를 세세하고 예리하게 관측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공통점보다 차이점을 파악하는 데 더 능통하며, 일반화를 잘 못한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누구보다 통찰력 있는 글을 잘 쓴다고 느꼈다. 그런데 저자는 자폐인으로서 언어를 익히는 데 긴 시간이 들었고 힘들었다고 한다. 언어를 그림으로 이해한다는 건 무슨 느낌일까? 감이 잘 안온다. 이 책을 읽으며 동물에 대한 식견 뿐만 아니라 자폐인이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책의 끝부분에 나오는 동물 훈련 가이드도 앞으로 동물을 키우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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