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이제는 북쪽 길로 가자 - 느리고 요령 없는 빅풋 부부의 순례기 테마로 만나는 인문학 여행 15
박성경 지음 / J&jj(디지털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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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종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대세 순례길...그런데,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순례길을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파울로 코엘료와 이후 그 추종자들이 남긴 수많은 낭만적 텍스트들 덕분인지 그 길의 인문학적 낭만성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귀신도 때려잡는다는 전설적인 대한민국의 해병대가 자랑스러워하는 천리 행군(실제 400km인지는 모르겠지만)의 두 배가 넘는 850km의 순례길은 10kg이 훨씬 넘는 배낭을 매고 하루 평균 20km의 거리를 꼬박 40일 넘게 ‘걸어내야’ 하는 그야말로 ‘순례의 길’이다.

뙤약볕 아래 끝도 그늘도 보이지 않는 오르막을 지나면, 배낭과 온몸의 무게를 발끝으로만 견뎌야 하는 지옥같은 내리막이 이어진다. 진창길은 진창길대로, 자갈길은 자갈길대로, 아스팔트길은 아스팔트길대로, 계단길은 또 계단길대로, 모든 길이, 모든 돌멩이가, 모든 흙과 모래가 발바닥과 온몸에 물집과 고통을 남긴다. 입에 맞지 않은 음식과 언제 나타나 며칠 밤새 괴롭힐 지도 모르는 베드 버그의 공포는 그 고통들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스럽다 하겠다.

그런가 하면, 경쟁하듯 순례자 숙소 알베르게를 향해 달려만 가는, 이른바 ‘스포츠 순례자’들이나 배낭도 짐도 차로 먼저 실어보내고 가벼운 차림으로 물병만 낭창낭창 들고 나선, 이른바 ‘인증 순례자’들이나 이 코스는 이래서 지하철로 건너뛰고 저 코스는 저래서 버스로 건너뛰는, 이른바 ‘무늬만 순례자’들의 모습은 무거운 배낭을 매고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걷기만 하는 진짜 순례자들의 영혼을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한다.

그렇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자아를 발견하거나 종교적 영감을 얻거나 인문학적 교양을 쌓기 이전에 올곳이 걸어야만 하는 ‘실존’ 순례의 길인 것이다.

빅풋 부부는 그 길을 두 번이나 ‘걸었다.’ 그것도 제대로...한 번은 널리 알려진 “프랑스길”, 또 한 번은 비교적 덜 알려진 “북쪽길”. 물론 이 고지식한 부부는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잠시 북쪽 길로 우회한 첫 번째 프랑스길 순례를 실패했다고 규정하지만, 그들의 지난한 순례 과정과 순례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진정성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을 잘 아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두 번의 순례길이야말로 진정한 “산티아고 순례”라 할 수 있다.

이 책 “산티아고, 이제는 북쪽길로 가자”는 그런 의미에서 참 가치있는 책이다. 그들은 파울로 코엘료처럼 순례길의 의미를 돌려말하지 않는다. 고통은 고통대로, 분노는 분노대로,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아름다움과 감동은 또 그대로 단지 그들의 걸음처럼 진솔하고 소박하게 하루하루를 그려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산티아고 순례’를 꿈꾸거나 그 길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이 책, “산티아고, 이제는 북쪽길로 가자”는 가장 진실한 순례길의 지침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산티아고를 꿈꾸는가? 그러면 이 책을 읽고 이제부터 걷는 연습부터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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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미술 기행 - 냉정과 열정의 콘트라포스토
박용은 지음 / J&jj(디지털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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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어렵다? 박용은 시민기자와 함께라면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방방곡곡을 발로 누비며 수많은 명화를 소개하는 박용은 기자. 그림 하나하나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을 상세하게 풀어줍니다. 그의 해박한 지식에 한 번 감탄, 읽다 보면 빠져 드는 그의 필력에 두 번 감탄하게 됩니다. 여러분도 박용은 기자와 함께 ‘이탈리아 미술 기행’을 떠나보세요."

- 2015년 9월 오마이뉴스 (이달의 뉴스게릴라 평가 중) 


이 책은 이탈리아 여행을 꿈꾸거나 계획하고 있는 일반 대중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비록 비전공자이지만, 오랜 시간 미술사와 역사를 공부한 작가는 발품을 팔아서 이탈리아 구석구석을 누볐다. (사실 전공자들 중 이렇게 이탈리아 미술을 방대하게 다루고 있는 서적도 별로 없다.)

위에서 보았듯이 오마이뉴스 연재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이 기사로 이달의 뉴스 게릴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는 오랜 꿈이었던 이탈리아 여행의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미술 작품과 이탈리아의 문화 유산에 대해 평범한 이들이 공감할 만한 섬세한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다. 

방대한 양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깊이 있는 정보는 살짝 부족하지만, 이탈리아 여행 도중 만날 수 있는 수많은 미술 작품과 문화 유산에 대한 해설서로서는 부족함이 없다. 중간 중간 삽입된 도판(특히 작품 도판)들 중에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작품들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하다.  

덧붙여 미술 뿐만 아니라 광장, 트램, 건축, 자연환경 등 이탈리아 곳곳에서 개성 넘치는 작가의 문제의식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여정과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이탈리아 여행을 꿈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거대한 정문을 지나 천천히 판테온의 심장으로 들어갑니다. 다시 입이 떡 벌어집니다. 다큐멘터리나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 수없이 많이 본, 그래서 너무나도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곳. 하지만 실제의 판테온은 그냥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었습니다. 눈과 귀와 코와 입과 온몸으로 느끼는 거대한 "공간(space, 혹은 우주)"이었습니다.

물론 작품의 주인공이 성 마태오이니 만큼 그럴 수도 있지만, 예수는 화면 가장 오른쪽에, 카라바조 특유의 어두운 배경 속에서, 그것도 몸 대부분이 성 베드로에게 가려져 있습니다. 머리 위의 윤광nimbus 또는 광배이나 손동작이 아니면 누구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죠. 신성을 일상적이고 사실적으로 재현하려 했던 카라바조의 정신이 잘 드러납니다.

그런데 이 일점 투시 원근법은 감상자에 대한 배려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로지 한 지점에서, 고정된 한 명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구도. 그것은 사실 우리의 일상 체험과는 동떨어진 인위적인 구도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대상과 감상(혹은 창작) 주체의 공간적 관계에 대한 합리적 고찰을 의미합니다. (신과 같은) 대상의 명확성만이 강조되었던, 그래서 서로 다른 요소들이 어색하게 "모자이크"화 되어 있던, 중세 기독교의 평면적 시각에서 벗어나 수학, 기하학이라는 합리적 원리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 주체성의 재발견이란 말입니다.

왜냐하면 <난쟁이 모르간테의 초상>은 인체를 왜곡하는 매너리즘의 방식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궁정화가로서 이상화되고 신격화된 권력자들의 초상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브론치노. 역설적이게도 그는 가장 매너리즘적인(왜곡된) 신체를 가진 난쟁이를 "사실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림으로써 권력과 권력에 기생할 수밖에 없었던 스스로에 대해 야유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로부터 80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2013년, 소박하고 평범한 생활과 정의로운 행동으로 존경받던 아르헨티나의 추기경,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Jorge Mario Bergoglio 1936~)는 "그때 나에게 ‘가난한 사람’이란 말이 참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면서 바로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를 떠올렸죠. 나에게 있어 그는 가난과 평화,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대변인이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교황의 호칭을 "프란체스코"로 정하게 됩니다. 가톨릭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성인, 프란체스코의 이름을 가진 최초의 교황이 탄생한 것이지요.

피치노에 의하면 "미美"란 기독교의 일자, 즉 "신"이 현존한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애愛"란 미를 추구하는 운동으로서, 세상으로 "유출"되는 신의 의지이며, 반대로 피조물이 신에 다가서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부분이 신플라톤주의가 르네상스 예술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지점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적 미美를 향한 의지, 그것은 지상에서 미를 구현하겠다는 예술가들의 꿈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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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에피소드 : 미학적 로봇
박용은 지음 / 부크크(bookk)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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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으로만 꾸며낸 이야기들. 허황한 것 같지만 뭔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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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미술 기행 - 냉정과 열정의 콘트라포스토
박용은 지음 / J&jj(디지털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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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반드시 읽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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