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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자, 이 책의 참담한 번역의 예를 들어보겠다.
일단, 이 책을 펴고 아무 장이나 펼쳐 몇몇 군데를 옮겨본다. 이렇게 랜덤으로 옮겨도 '번역의 향기'(?) 를 충분히 느낄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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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주제는 직관의 편향이다. 그러나 의학도가 질병을 연구하고 관심이 있다해서 건강하지 않은 것이 아니듯, 이 책이 우리의 편견과 실수를 다룬다고 해서 인간의 지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동안 건강하며, 대부분의 판단과 행동도 적절하다. "
-서문 8쪽
: 뭔가 모호한 구석이 있지만, 이정도 번역 수준은 좀 나은편. 자, 좀 더 들어가보자.
* " 산책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면 걷기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더 빠른 걸음으로의 전환은 논리 정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급격히 저하시킨다. 속도를 높일수록 걷기라는 ‘경험’과 의도적으로 빠른 속도를 유지하려는 ‘노력’에 더 자주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따라서 일련의 생각에 결론을 낼 수 있는 능력은 손상된다. ...(중략) ... 자제력과 의도적인 사고는 똑같이 제한적인 양의 노력을 요한다."
-60쪽
: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의 문장인가.
" 대충 짐작컨대, "더 빠른 속도로 걸으면 논리정연하게 생각하기 어렵게 된다"의 내용인 듯 한데,
이쯤되면 읽어나갈때 과연 원문의 의미가 이런 의미가 맞을까 계속 의심이 될 정도다.
* " 몰입은 ‘과제에 대한 집중’과 ‘의도적 주의 통제’라는 두가지 노력을 깔끔하게 분리한다. 시속 220킬로미터로 모터사이클을 타거나 치열한 체스게임을 벌이기란 엄청난 노력을 요하는 일들이다. 그러나 몰입상태에서 이런 활동에 계속 집중하는 데는 자제력이 필요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당면한 과제로 보유 재원이 투입된다."
* " 편안과 긴장을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들은 싱호 치환이 가능한 효과를 갖는다. 인지적으로 편안한 상태라면 기분도 좋고, 보는 것들이 대부분 마음에 들 것이고, 들리는 대로 믿고, 직관을 신뢰하며, 현재 상태가 친근하고 안정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느긋하게 피상적으로 생각할 가능성도 높다."
-90쪽
" 싱호-> 이거 나의 오타가 아니다. 책에 '싱호 치환'이라고 적혀있다. 뭐 단순오타라고 해두자.
* "착각이라는 단어는 마음속에 시각적 혼란을 유발한다. 우리를 오도하는 그림들은 대부분 낯익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력만이 착각이 머무는 유일한 영역이 아니다. "
- 90쪽.
: 뭔가 읽을 수는 있는데, 뜻이 뭔지 모르겠다. 읽을수록 오묘해지는 마법의 문장.
한글을 읽는데도 이 외국어를 읽는 것 같은 낯선 느낌이라니...
* " 친숙함의 경험은 단순명료한 과거성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이는 지금 접하는 것이 앞서 겪은 경험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결과임을 나타내준다. 과거성은 일종의 착각이다. 당신은 데이비드 스텐빌이라는 이름을 더 분명하게 볼 것이기에 다시 보면 낯이 익을 것이다."
-91쪽.
: 뭔 말이야!
이 책은 행동경제학에 대한 내용의 책이다. 우리가 행동과 선택에 있어 나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과정을 거친다고 믿지만, 실제로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건, '제한적인 합리성'이나 휴리스틱, 편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러한 내용의 이 책 자체가 완전히 비논리적이고, 말도 안되는 문장 투성이라니... 참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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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심하라. 시스템2는 게으로며, 정신적 노력은 회피적 성격을 띤다는 사실을. 가능하다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결히 하라. 수용자들이 수고하고 노력해야 할 듯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찾아내어 간소화해야 한다. "
: 번역자는 과연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거나, 읽기는 한 걸까.
* "시스템1의 주요기능은 당신의 사적 세계의 모델을 유지하고 갱신하는 것이다. 이 모델은 당신의 세계속에서 정상적인 것을 보여준다. 이 모델은 동시에, 혹은 비교적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어느 정도 규칙성을 갖고 함께 일어나는 환경, 사건, 행동, 결과에 관한 생각들을 연결하는 연상에 의해 구성된다."
-108쪽
*놀라는 능력은 우리 정신생활의 필수적인 측면이며, 놀라움 자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우리의 기대를 가장 민감하게 나타낸다. 놀라움을 일으키는 기대의 종류에는 크게 두가지이다. 어떤 기대는 적극적이고 의식적이다. 당신이 기다리고 있는 어떤 사건들을 떠올려보라. "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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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해두자. 몇 군데지만 직접 옮겨 적어보니 정말 놀라운 번역! 이다.
김영사라는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형출판사에서, 더구나 베스트셀러인 책이 이 수준이라니.
내가 예민할까 싶어, 알라딘 온라인 서점의 서평을 보았다.
알라딘 100자평에 있는 구매자 평들을 보니 제법 많은 이들이 번역에 대해 다들 한마디씩 하고 있다.
심지어 한장 통째로 빼먹고 번역했다고 제보하는 독자들도 있다!
김영사란 출판사가 제대로 번역을 못할만큼 인력과 여건이 안되는 출판사도 아닐텐데,
이런 수준 이하의 책을 떡하니 내고 있다니...
아무튼 김영사와 번역가는 이 좋은 원작을 번역 출판할 기회를 뺏은 셈이다. 관심이 있었던 다른 번역가와 다른 출판사에게 미안해야 할듯하다.
무엇보다 독자에게 가장 큰 잘못을 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