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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전산 이야기 - 불황기 10배 성장, 손대는 분야마다 세계 1위, 신화가 된 회사
김성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국내 저자가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사장의 경영 모델을 전하는 책이다. 무엇보다 나가모리 사장의 경영철학이 매우 '한국적'으로 다가왔다. 일반적인 일본 회사 모델에서는 찾기 힘든 경영자인듯하다. 판단하건데 가부장적이고 도그마적인 회사 분위기지만, 그래도 배울 점은 다음과 같은 대목들이다.
나가모리 사장은 여간해서 강연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정말 듣기 힘든 그의 강연 서두는 이렇게 시작한다.
" 기업이 어느 정도 성공해서 궤도에 올랐다고, 경영자가 밖으로 나돌기 시작하고 자신의 성과에 대해 자랑하고 잘난척하면서 '나의 성공 비결' 운운하는 것은 쇠락의 전조다."
"우리 회사는 학교 성적은 전혀 보지 않고, 면접만으로 직원을 뽑는다. 그렇게 준비나 공부가 안 된 직원을 뽑아놓으니, 사장인 나뿐 아니라 리더들 모두 직원들 가르치기에 바쁘다. 가르치려면 계속 배워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눈팔 새가 없다. 우리에게는 일이 곧 직업이자 취미이자 소일거리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 삼류 인재들이 모여 일류가 된 비결이다."
'일본전산 이야기'가 삼는 모델은 분위기로만 보자면 과거 국내 재벌 기업들의 창업주들의 초창기 기업 문화를 보는듯 하다. 일본 전산의 경영 방침(구호에 가까운)은 6~70년대 박정희 정권 시대의 새마을 운동을 연상케 한다. "목소리 크고, 밥 빨리 먹는 사람을 뽑아라!"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 하라!" 라는 '나가모리식 돌파 경영'은 군대를 다녀온 이에게는 익숙한 구호들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 하면 된다! 회사에 당신의 모든 인생을 걸어라!" 식의 이른바 열정을 강요하는 경영철학이 과연 창의적인 상상력이 더욱 절실한 21세기 기업문화에도 여전히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20년간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경제에서는 이러한 화끈한 스타일의 현장형의 일중독 CEO가 언뜻 대안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검증이 끝난 CEO 모델이 아닌가 싶다.
강력한 경영 리더십을 비판 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에 대한 열정과 패기라는 것은 구성원의 자발적인 에너지다. 그래서 CEO는 구성원에게 그것을 강요하기 보다는 구성원에게 스스로 창조적인 태도를 보이도록 동기 부여를 해야한다. 단기적으로는 유무형적인 인센티브가 그것이고, 길게 보자면 구성원 개인의 성장과 교집합 하는 철학을 제시하는 것이다. 구성원의 희생을 강요하는 Top-down 방식의 경영은 위기에 처한 회사에서는 어쩌면 필요한 미덕일지 모른다. 하지만 위기 이후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회사에게는 분명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 창의적이지 못한 기업은 시장 속 경쟁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