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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미
티에리 종케 지음, 조동섭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소설을 인상깊게 읽고 나서 리뷰랄까 공개된 곳에 글을 쓸때 고민하는게 하나 있다.
바로 그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 (앞으로 읽을 독자와 읽지 않을 사람 둘다 가 있겠지만)에게
과연 소설이야기를 어디 까지 하며 글을 써야하는 것이다.
최대한 소설에 대한 이야기(특히 스포일러가 되는 결말)를 아껴가며 말을 해야한다.
특히 그 소설을 마음에 들어 다른 이에게 추천한다면,
소설의 결말이나 스포일러에 대해 입이 근질근질 거리는 가운데 최대한 내가 읽은 느낌을 모호한 표현과 중의적인 묘사를 곁들어 '당신도 꼭 읽어보라'는 권유의 메시지를 잔뜩 말 할 것이다.
<독거미> 역시 짧지만 결말부분에 이른바 '스포일러'랄수있는게 있어,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글을 써본다.
--- (경고 : 직접 적인 스포일러는 없으나 사전 정보를 최대한 주의하고픈 분에게는
어느 정도의 분위기상?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음 --------------------)
이 소설은 해당 장르 소설(스릴러)로서의 장점이 분명한 소설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림이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지는 그런 작품이다. 문체도 거칠다고 할수있을 만큼 간결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이야기의 줄거리는 세가지다.
리샤르 라고 하는 성형외과 의사와 그와 함께 지내는 이브에 관한 한 이야기.
그리고 범죄를 저질러 공개수배를 당해 숨어지내는 20대 남자 알렉스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그(알렉스)의 친구 벵상의 이야기다.
벵상은 '독거미'라고 불리는 한 미스터리한 인물에 의해 영문도 모른채 지하에 감금 당하고 '독거미'에게 잔혹하게 알 수 없는 학대와 종잡을 수 없는 대우를 당한다.
이 벵상의 이야기는 '너'라는 인칭으로 소위 2인칭 시점으로 묘사한다.
이 세가지 축의 이야기가 맞물려 흘러가면서
결말에 이르러서는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는 서사구조를 갖는데,
기본적으로는 복수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벌써 영화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 트리트먼트를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소설을 읽는 내내 마치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길지 않은 소설의 양과 구조 역시 매우 '영화적'(이란게 있다면)인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 소설을 한마디로 이야기 한다면
주인공은 김기덕 영화 스럽고
기본 줄거리는 박찬욱 영화를 연상 시킨다고 할까.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영화화 했지만, 만약 한국감독이 영화화 했다면, 연출자로는 박찬욱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본 소설이 박찬욱의 <올드보이>랑도 어쩌면 비슷한 맥락이 있어 더 그러하다.
"네가 한대로 그대로 돌려주마" 식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영화 중엔 비슷한 늬앙스의 영화로는 <세븐 데이즈>, <악마를 보았다> 등도 떠오른다.
하드보일드한 이미지때문인듯 하다.
소설의 정서는 김기덕에 가깝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나, 캐릭터가 초기 김기덕 영화의
인물들이 연상되었다.
프랑스 작가의 소설이지만,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내가 사는 피부 The Skin I live in>이란 제목으로 영화화해 올해 칸 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출품되었다고 한다.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 아마도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변태적이고도 기이한 성형외과 의사 리샤르 역인듯하다. 의외이기도 하고, 스틸을 보니 제법 잘 어울린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가 무척 궁금하다.
소설과 잘 어울릴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소 예상밖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페드로 알모도바르라면 분명 매혹적으로 영화화 했을것 같다. 그동안 예외적이고 소위 '막장'인 이야기들을 참 리듬감있게, 정석대로 차분하게 그려내는 감독 아니던가.
이 매혹적이만 분명 개성이 강한 이 스릴러 소설은 호오가 갈릴 듯 하다.
가학적이고 예외적인 주인공, 기묘한 분위기 등,
핏빛 혐오감과 뇌쇄적인 느낌을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복수의 이야기라 서사적인 흡입력은 분명 있다.
그 복수의 방법으로 택한 방법라든가 하는 사건의 전말 내용이 이른바 자극적인 소재라서 평가가 갈릴 것 같다.
소설의 진행 방식은 분량도 그렇고 매우 스피드가 빠른 편이다. 문체도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처럼 거친 편이고 호흡도 적당히 빠르다.
벵상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와 다르게 2인칭으로 묘사한 것은 꽤 효과적으로 보인다.
벵상이 겪는 고통을 마치 바로 앞에서 바라보게끔 하고,
'너' 라고 가리키며 묘사해 독자로 하여금 벵상에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이 소설에서 벵상의 이야기 축은 정서적인 축을 담당하고 있다.
스릴러물 특유의 분위기만을 느끼고자 한다면, 충분히 재미를 볼만한 소설이다.
야하고, 피냄새 나고, 꽤나 폭력이 넘친다. 그리고 말 그대로 변태 (變態: 본래의 형태가 변하여 달라짐. 또는 그런 상태. / 국어사전) 적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장르소설과 순수문학사이에 경계가 많이 사라지고
특히 스릴러 장르의 베스트 셀러 소설('7년의 밤'등)이 등장하는 흐름에서
매우 흥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비도 오고, 날씨가 궂은 이 여름철...
잠시 지루한 날씨를 잊기에는 딱 좋은 휴가철의 책 한권이라고 할까.
** p.s.
아래는 개봉예정인 영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내가 사는 피부> (2011)의 포스터 및 스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