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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씻는 날 ㅣ 학고재 대대손손 5
이영서 글, 전미화 그림 / 학고재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들 책거리라고 하죠?
학창시절, 국어선생님께서 년말이 되면 책거리를 하곤 했습니다.
반 회비 같은 걸 걷어서 간단히 빵과 음료수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그냥 아이들과 먹고 노는것이 좋기만 했고,
선생님께서 책거리에 대해 알려주시긴 했지만, 거의 다 잊어버리고,
책을 다 배우면 이렇게 책 다 떼었다는 의미로 먹고 마시고 한다... 그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책거리. 즉, "책 씻는 날"에 대해 제대로 알게해준 책을 만났습니다.
학고재 대대손손 시리즈의 5번째 책.
<책 씻는 날>

글 : 이영서, 그림 : 전미화
출판사 : 학고재
발그레한 볼과 살짝 웃는 웃음이 귀여운 학동이 그려진 표지가 참 정겹습니다.
이 소년은 어떤 사연으로 "없을 無"자를 들고 이리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건지..
사연이 궁굼해 책을 펼칩니다.
시인 김득신. 어릴적 이름 몽담.
이 이야기는 어린 몽담이의 이야기랍니다.
백번 천번 읽어도 첫 구절조차 외우지 못하는 둔한 몽담이.
주위 사람들은 몽담이가 너~무 둔하니 차라리 활쏘기를 가르쳐보라고 할 정도죠.
하지만, 그리 둔한 몽담이는 백번 천번 만번 억번 읽어서라도 책을 부지런히 익힐 것을 다짐하죠.

몽담이의 동무들은 이미 여러번 책씻이를 했지만,
몽담이는 아직 "천자문"도 떼지 못했네요.
드디어 책씻이 날~!
과연... 몽담이는 책씻이를 할 수 있을까요~? ^^

화선지에 먹으로 그린듯한 그림이 재미있는 책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토끼가 있기도 하고...
마치 아이가 그린 것 같기도 한~.
먹의 살짝 번지는 특성이 잘 살려진 그림입니다.
"없을 무 - 無" 자를 성적표로 받은 몽담이.
몽담이에게 당부하는 훈장님의 말씀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답니다.

어린 몽담이에게 ...
"넌 둔하니 활쏘기나 하거라"라는 아버님이 아니라,
"너는 학문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칠게야~" 라고 말하는 아버님과,
"너처럼 무식한 아이를 제자로 두어서 부끄럽다"는 훈장님이 아니라,
"부지런한 몽담이를 가르치는 것이 천하의 영재를 얻는 것보다 더 즐겁다"는 훈장님이 계셨기에
"김득신의 시문이 당금의 제일"이라는 칭송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요즘처럼 빨리빨리가 성행한 시대에 몽금이처럼 느릿느릿한 아이도 분명 있을터인데...
너무 시대에 맞춰 빨리 하라고 하기만 하는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 책입니다.
저도... 아직 우리 아이에게... 한글을 본격적으로 가르쳐 본 적은 없지만..
주위에서 한글을 읽는 또래 아이들을 보면서.. 자꾸 조급함만 가지게 됐었는데...
아이에게 맞춰 조금은 느리게 걸을 수 있고,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성실하게 배움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현명한 부모가 되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