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성문화사 - 그림으로 읽는 5천년 성애의 세계
류다린 지음, 노승현 옮김 / 심산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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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상해 복단대학 교수인 유달임의 <중국성사도감>을 번역한 이 책은, 최근 서양에서 성행하고 있는 일상사 ·생활사의 영역에 속하는 성풍속사를 중국에서도 정면으로 다룬 연구서라고 볼 수 있다. 역사학의 영역을 넓혀주는 의미에서라도 이 책의 번역본이 한국에서 출판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을 펼쳐 들고 여기저기를 살펴보던 나는 조금 황당한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는 춘화 때문만이 결코 아니고,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문장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원서와 대조를 해 보기도 전에 이것은 오역·오독에 틀림없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곳이 수두룩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이 지닌 본래의 가치를 평가하기에 앞서, 우선 엉터리 번역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몇 가지 사례 별로 잘못된 번역을 꼽아 보기로 한다.

1. 무슨 뜻인지를 알 수 없는 번역의 사례
‘.....황금빛 군함’→‘....황금빛 수룡(水龍)’(p.71)
‘당연히 실패는 옥과 나란히 언급될 수 없는 것이다.’→‘기와는 당연히 옥과 견줄 수 없다’(p.77)
‘...남자가 열다섯, 열여덟 살의 여자를’→‘..80세의 남자가 열다섯, 열여덟 살의 여자를’(p.152)
'...번번이 관군을 찾아냈다’→‘..(시험만 쳤다하면) 번번이 일등이었다.’(p.198)
‘보험’→‘위험방지’(p.267)
‘...한 사람이 도를 얻으면 닭과 개가 하늘로 올라간다.’→‘...한 사람이 도를 얻으니 닭과 개까지도 하늘로 올라간다.’(‘한 사람이 출세하니 주변에 있는 친지들도 모두 덩달아 출세하게 된다.’는 의미)
‘설오조는 수나라 말롱서와 연계하여 진제 설거의 후예라고 존호를 참칭하였다.’→‘설오조는 수나라 말기에 농서(隴西)에서 진제(秦帝)를 참칭한 설거의 후예이다’(p.332)
‘무측천과 음탕한 즐거움을 이루고자 했고 무측천의 권력이 이를 만족시켰다.’→‘무측천과 마음껏 음탕한 쾌락을 누리며, 무측천의 요구를 힘껏 만족시켜 주었다,’(p.332)
‘작자는 성사를 떠받들어 임금과 평민이 사귀도록 했으므로 성이 계급과 윤리를 뛰어넘었다고 할 만하다.’→‘작자는 섹스를 높이 평가하고, 임금과 평민이 성교를 하게 만듦으로써, 性이 신분과 윤리를 뛰어넘게 하였다’(p.332)
‘방중술로 관리층에 유력하였다.’→‘수도에 거주하며 오직 방중술만으로 사대부들 사이에서 노닐었다.’(p.356)

2. 뜻은 파악을 한 듯하나, 서툰 우리말 번역의 사례
‘덴겁하여’→‘놀라서’(p.212) ‘모지락스럽다’→‘잔혹하다’(p.270), ‘몰강스런’→‘잔혹한’(p.272) ‘성사’→‘섹스’(p.332)

3. 어휘를 잘못 풀이한 사례
荼(도)→‘서’(p.56) ‘노파’→‘마누라’(p.104) 번방(베트남)→번방(외국;p.133)
‘죽은 아이가 수천 명이었다’→‘죽은 아이가 수백 명이었다.’(p.356)
대부→의사(p.357)
太倉(태창;지금의 절강성에 속함)→지금의 강소성에 속함.(p.293)
(그림제목) ‘허물이 없다’〔親昵〕→은밀한 행위(p.278,p.291,p.295p.298,p.303)

그 밖에 한자의 독음이 틀린 사례와 단어의 한자가 틀린 사례는 헤아릴 수없이 많다. 번역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점점 확산되고 있고, 너도 나도 번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두 말할 필요가 없지만, 번역이란 그 분야를 꿰뚫고 있는 전문가이면서도 해당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이 아니면, 함부로 나설 일이 아니라고 나는 알고 있다. 구조적인 결함이 발견된 자동차가 자동차제조회사에 의해 리콜되듯이, 번역에 이렇게 문제가 많은 이 책은, 일단 재점검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그리고 신간도서가 출판되면 그 책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서평을 쓸 수 있는 여유도 주지 않고, 2-3일 만에 각종 언론 매체가 일제히 무책임한 서평을 싣는 관행도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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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끄덕 2016-08-2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굉장히 재밌는 서평이네요. 덴겁하다, 몰강스럽다 같은 단어를 쓴 걸 보면, 어쩐지 조선족한테 초벌번역 시킨 느낌도 나는데, 또 지적하신 오역부분을 보면 중국어를 잘 아는 조선족이 저런 터무니없는 오역을 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ㅎㅎㅎ수나라 말롱서는 대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