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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물은 이제 그만! ㅣ 난 책읽기가 좋아
브리지트 스마자 지음, 주미사 옮김, 세르주 블로흐 그림 / 비룡소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말해주듯 책 싫어하는 아이의 이야기겠구나하고만 생각했다. 표지부터, 건네주는 책에 잔뜩 심술난 표정의 꼬마가 항의라도 하듯 뒷짐을 지고 서 있다.
아니나다를까 주인공 바질은 책이 싫다. 자기방 벽을 잔뜩 차지하고 있는 책꽂이도 싫고, 거기 가득 꽂혀있는 책도 싫고, 아무리 잘 포장했대도 네모반듯하고 얄팍한 뻔한 모양새의 책선물도 질색이다. 책이라면 만화부터 교과서까지 다 좋았던, 책이 없어 못 읽는게 아쉽기만 했던 나로선 이녀석 호강에 겨워도 한참 겨웠다. 그렇지만 바질에겐 책을 싫어하게 된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바쁜 엄마, 일때문에 바쁜 아빠..자기도 아직 아이인데 이제 부모님은 더이상 자길 안고 이야길 들려주질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게 뭔지도 관심이 없는듯 깨끗이 방정리를 하고 그저 혼자 얌전히 "책을 읽으라고"만 할 뿐이다. 모처럼 동생없이 엄마랑 단둘이 신나서 외출했는데 가는곳은 싫디싫은 책박람회에 엄만 내가 물집 나서 아픈 발 얘기를 해도 안 들리나보다. 이래서야 아무리 책 좋아하는 나라도 심술 날 만하다. 바질의 심술은 책이 아니라 자기 맘을 몰라주는 부모님에게 향해 있었다
결국 박람회의 동화작가 앞에서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고 책이 싫어요~ 앙앙 울며 그동안의 설움(?!)을 쏟아놓고는 흘린 코를 닦으며 멋쩍어하는 바질의 모습엔 절로 웃음이 터졌다. 바질이 책을 좋아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엄마 아빠의 사랑엔 변함이 없다. 변할리가 없다. 아픈 아빠에게 열심히 책을 읽어주고 엄마에게 살짝 쪽지를 써놓고는 잠든 바질의 모습에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