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배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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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너무나도 고마운 시간을 파는 상점의 김선영 작가님의 신작, ‘특별한 배달’. 역시나, 책을 읽는 내내 뿐만 아니라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당연한 것이라며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어른들의 따끔한 충고보다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 이야기 해주는 이 책 한 권이 내 마음에 더욱 깊게 와닿았다.

 

 

선택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지금 이 자리는 나의 욕망과 선택에 의해 다다른 것이기에 누구보다 나의 책임이 가장 큰 것이다. 그래서 우린 가끔 물어야 한다. 나는 왜 여기 있는지.

나는 친구들과는 조금 다르게 타 지역의 고등학교를 지원했고, 패배의 쓴 맛도 느끼게 되었다. ‘추가모집이라는 제도를 통해 새로운 고등학교를 선택해서 2년 동안 온갖 불만을 내뱉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이 일들은 모두 나의 선택에 의해 생긴 일이고, 내가 지고 가야 할 책임이다.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나는 이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된 것처럼 지금 이 자리는 나의 욕망과 선택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고쳐먹기로 다짐했다. 나도 금이 되어가는 하나의 과정을 거치는 것뿐이라고 위로하면서!

 

 

선택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이론인 선택우주

나는 그래서 예전의 나의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때의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도 선택을 통해 성장하고 배울 것이다.

선택에는 성공과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선택을 하던 내가 한 선택이고, 내가 그 선택에 대해 후회가 없다면 그 선택에 의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나 자신을 꾸짖다가 생각했다. ‘또 다른 선택으로 이 상황을 바꾸자.’라고. 그래서 주어진 시간들을 결정했고, 선택했으며 덕분에 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선택에는 잘못, 실패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나는 학교의 얼굴인 학생회, 동아리의 대표 등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대표라는 자리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달라질 수 있었다. 모든 선택에 신중하고 후회 없는 내가 되기 위해 매일 매일을 다짐했기 때문이다.

 

‘Dream World’! 선택우주의 이름.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제각각의 삶을 살아간다. 사람마다 선택의 척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선택 우주를 만들기 위해서 매 선택에 신중하고, 선택에 있어서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질 있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선택이 두렵지 않다. 나는 나만의 선택우주’, ‘Dream World’를 만들 자신이 있다! ‘Dream World’!

 

 

버려진 것들 속에서도 금이 있다!”

금을 만들기 위한 연금술은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도, 앞으로도 항상 선택을 할 것이다. 순도 100%가 되기 위해서.

 

 

 

"정해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사람들은 마치 정해진 길이 있는 것처럼 똑같은 길로 똑같은

행동을 하며 가는 것 같아. 프로그램이 입력된 자동인형들처럼.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것도 모른 채 말이야. 대개 그런 부류들은 묻지도 않아,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길바닥을 보면 말이야, 똑 고르고 편편한거 같은데 비온 뒤 보면 물이 고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어. 사람도 똑같다고 생각해. 겉보기엔 평온해 보이지만 나름의 그늘과 굴곡이 있어.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삶에는 한 가지 방식만 있는 게 아니다. 내게 맞는 다른 방식을 찾아 나서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세워놓은 한 가지 기준에 부합하려고 애쓸수록 더욱 진창이지 않았던가. 그 기준은 내가 세운 게 아니다. 이제부터 나의 설계로 내 기준을 세우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밖에서가 아니라 안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나는 고독할지언정 기꺼이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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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관타나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6
안나 페레라 지음, 박경장 옮김 / 자음과모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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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처음부분에는 축구와 컴퓨터게임,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청소년 칼리드의 평범한 일상들을 보여준다. 관타나모 수용소에 관한 이야기라던데, 그 이야기가 언제 나올지 궁금해졌고 이 평범한 아이가 어쩌다가 수용소에 강제로 끌려가게 되었을까. 호기심이 마구마구 생겼다.

 호기심이 없어진 지 오래, 나는 칼리드가 겪은 상황에 분노, 안타까움은 물론이거니와 불안감까지 들었다. 칼리드는 아빠가 없어지고 걱정이 되어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테러범으로 몰리게 되어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칼리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좌절과 아픔을 겪게 된다.

 이유도 영문도 없이 끌려간 칼리드는 많은 고문을 받고 육체적인 고통에 시달리지만, 나는 그가 ‘혼자’ 라는 정신적 고통을 더욱 견딜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리드에게는 가정이 있었고,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곳에선 아무도 없었다.

칼리드는 가족들의 무한한 노력으로 2년 뒤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돌아 온 후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잔혹한 관타나모 수용소의 실상을 알리고, 일상 생활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아버지의 구두를 닦아주는 칼리드에게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어서 나 또한 행복했고, 감사했다. 칼리드를 보면서 내가 살아가는 삶에 불평하지 않고 감사하면서 살 줄 알아야겠다고 깨닫게 되었다.

 어떠한 법도 적용받지 않는 잔인한 수용소 ‘관타나모. 법적 절차도 없고, 불법 감금된 사람들도 많고, 게다가 어린 아이들도 많다. 하지만 그 수용소에 들어간 사람들은 아무 영문도 모른채 끌려간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잔인한 수용소라고 생각한다. 이게 진짜 현실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았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기 조차 두렵고 안타까웠다. 정말 영원히 굿바이하고 싶다. 영원히 굿바이, 관타나모.

 

 

 

 

13. 전등불빛 페이지를 보고 처음에는 인쇄상태가 잘못된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칼리드의 심리상태를 더 잘 나타내기 위해 인쇄방법을 특이하게 했다고 듣고 나서는 그 표현 방식이 나에게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고 더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상처는 상처를 낳고 해악은 해악을 낳고 고문은 고문을 낳을 뿐입니다. 바람은 누구나 똑같아요 - 친절. 내가 여기서 나간다면 더욱 많은 친절을 보고 싶습니다.

… 나는 그저 평범한 청소년일 뿐입니다.

 

이미 다민족 다문화 국가시대로 접어든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다름 사이의 공존’이라는 생명 평화 사상을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아울러 ‘고통’을 통해 인간 실존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하고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주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성장 과정에서 ‘나’만 있고 ‘우리’가 빠져있는 자폐적 성장통을 앓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 박경장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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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박을 찾아주세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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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한국인 남자와 필리핀 엄마사이에서 태어난 리바이, 언니라고 알고 있던 사람이 엄마이고 엄마라고 알고 있던 사람이 할머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강파랑. 이 둘은 참 많이 닮아있다. ‘가정’이라는 문제를 들여다보면 그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리바이의 엄마는 무작정 리바이의 아빠, Mr.박을 찾기 위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왔지만 결국 Mr.박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나이와 직업을 속이고 정신지체 아들까지 가진 ‘박생’이라는 사람과 같이 살게 된다. 리바이의 새아빠가 된 것이다.

 

 

 리바이의 엄마는 리바이의 아빠, Mr.박을 찾고, 강파랑은 자신의 아빠를 찾는다. 모두 스스로의 힘으로 말이다. 결국 리바이와 강파랑 두 사람 다 아빠를 찾게 되지만, 아빠를 만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이들에게 ‘아빠’라는 존재가 없었고, ‘아빠’라는 존재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이들이 아빠를 만나지 않았을까? 분명히 그 자리가 무척이나 외로웠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 둘은 삐뚤어나가지 않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열어갈 줄 알았다. 마냥 애 같았던 강파랑이 친구 김호미네서 밭을 매며 지내면서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너무 대견했고, 마지막에 둥이를 향해 달려가는 리바이가 멋있었다. 이 둘은 두려움과 많은 걱정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한계에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스스로 성장해 갔다.

 

 
특히나 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굴레를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을 결심한 강파랑이 참 감명깊었다. 이렇게 강파랑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강파랑에게 리바이의 진심이 전달되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멋진 이 둘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가정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사회에도 문제가 있다고 뼈저리게 느꼈다. 국제결혼의 증가로 다문화 가정도 증가하는 현재. 이 책은 그로 인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아이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며, 이 둘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성장해나간다. ‘Mr.박을 찾아주세요.’ 리바이와 강파랑을 통해, ‘다문화 가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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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4
김수경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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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진짜 싸움은 바로 지금부터!'

 

 

 

 처음에는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가 없어서 책에 대한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말은 세상이 있고 나서 나중에야 생긴 것이니까.’, ‘말이란 그런 것이다. 이야기란 그런 것이다. 하려고 보면 조금 어긋난 것 같고, 딛으려고 하면 자꾸만 미끄러지는. 해놓고 보면 거품 같고, 전하려고 하면 물방울처럼 달아나버리는. 허나 어쩔 수가 없다. 인간은 말을 할 수밖에. 우리의 삶은 수많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으니.’라는 구절을 읽고, 한 장 한 장 읽어갈수록, 나는 고수라는 주인공에게 푹 빠져 들어갔다. 고수는 2년 전에 집을 나와 대학로에서 길거리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노는 장소, 심지어 잠자리까지도 모두 대학로 안에서 생활했다. 대학로를 벗어나는 것을 내켜 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학로는 고수의 ‘제 2의 고향’이 되었다. 대학로에서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쓰지 않고 서로 별명을 붙여주곤 했는데, 리듬을 몸으로 느낄 줄 아는 녀석이라 해서 히로가 ‘고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히로’는 영웅, 즉 히어로라는 뜻이라고 한다. 대학로에서만 생활을 하던 고수는 히로에게 네 시간 반 정도 걸린다는 지리산 근처의 지방으로 자신의 친구에게 물건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고수는 대학로를 벗어난다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첫 길거리 생활에서부터 도움을 준, 자신의 영웅인 히로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 부탁을 받고 지방에 내려가게 되었고, 지방에 도착한 고수는 어떤 사내 무리들의 공격을 받는다. 그 무리들을 피해 산으로 올라가다가 길을 잃게 되었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 할멈을 만나게 된다. 지리산 자락에서 사는 할멈은 힘이 무지무지 셌다. 멧돼지도 맨 손으로 잡는다며 고수에게 자랑도 했다. 고수는 그 말을 믿는 둥 마는 둥 했지만, 할멈의 공격에 뼈도 못 추린 고수는 할멈의 힘을 인정하게 된다. 할멈은 산 속에서 길을 잃은 고수에게 잠잘 곳과 밥을 제공했으며, 자신의 손자처럼 대해줬다. 고수와 할멈은 고수를 찾는 사내들을 피해 산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고, 지리산에는 엎친 데 덮친 격 눈까지 내렸다. 그래서 고수는 꼼짝없이 지리산에서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겨울을 보내면서 가족을 회상하고, 길거리 생활을 회상했다. 어느 날 산에서 길을 헤매다 다친 남자와 그 남자를 부축해 온 약초꾼이 눈 내리는 산에서 생활을 하던 할멈의 집에 들어오게 된다. 어딘가 수상했던 한 남자. 그 남자는 알고 보니 고수의 뒤를 쫓아온 형사였다. 그 형사는 여자아이들을 팔아버리고, 마약을 사고 파는 일에 까지 관여하고 있던 히로를 잡기 위해 뒷조사를 하던 중에 히로의 심부름을 하던 고수의 뒤를 쫓은 것이라고 했다. 고수는 믿고 따랐던 자신의 영웅인 히로에게 큰 배신감이 들었고, 고수가 진심으로 지켜봤던 화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분노를 숨길 수 없었다.

 히로의 양면을 알게 된 후 고수는 아버지까지 떠올리게 되었다. 남들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걸 참지 못하는 인간. 그 화풀이를 아무에게나 해대는 인간. 히로와 아버지, 둘은 똑같다고 말이다. 고수는 아버지라는 이름의 폭력을 벗어나서 나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반드시 강해지고 싶었다고. 집을 나오고 거리에서 2년 넘게 살면서 그럭저럭 잘 해나가고 있는 줄 알았던 고수는 히로의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이렇게 말했다.

‘조금은 강해져가는 줄 알았는데, 그 모든 게 허상이었다. 나는 그저 또 하나의 폭력 뒤에 몸을 숨기고 있을 뿐이었다. 거짓에 의존하고 있었다. 히로의 빤한 가면 뒤에 숨어서 모른 척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라고.

'나는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더 이상은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게 한낱 거짓말 같았다. 꾸며낸 이야기 같기만 했다. 무엇보다 내가, 내 삶이 거대한 거짓말 같았다. 나는 과연 히로를 믿어왔을까? 그 애를 진짜 내 친구로 여겼을까? 그저 스스로 청맹과니가 되기를 자처한 것은 아니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눈감고만 싶었던 건 아닐까? 어째서 내 삶에는 아름다운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까. 어째서 내 삶에는 폭력과 위선, 천박한 배신만이 가득할까. 나는 내가 왜 이 구깃구깃한 삶을 더 견뎌나가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히로의 모든 비밀을 알게 된 고수. 고수의 마음을 잘 나타낸 구절이 있었다.

마음이 아려왔다. 힘들고 고된 삶을 살아가면서 지칠대로 지친 고수가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고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고수가 집에서 받았던 상처를 감싸준 사람은 없었지만, 히로에게서 받은 배신감과 상처를 감싸 준 사람들은 있었기 때문이다. 지리산에서 잠 잘 곳과 음식을 제공하며 고수를 손자같이 대해준 할멈, 넉살 좋게 고수를 대해준 약초꾼, 진심을 다해 무술을 가르쳐 준 형사까지. 배신감에 고통 받던 고수가 재기하면서 했던 말이다.

 '이제 나는 나의 북을 치고 있다. 나의 리듬을 치고 있다. 나의 싸움은 더 이상 히로를 향해 있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과 싸울 것이다. 그게 아버지의 얼굴을 하고 있든, 히로의 얼굴을 하고 있든, 혹은 화산의 얼굴을 하고 있든, 나는 도망치지 않겠다. 모른 체하지 않겠다. 고개 빳빳이 들고 당당히 맞서리라. 그리고 반드시 살아남으리라. 별처럼 빛날 것이다. 나는 머나먼 시원부터 이어져 내려온 나의 우주 그 자체이니까.'

집에서도 상처받고 자신이 믿었던,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배신 받은 고수. 할멈에게 받은 북은 의지할 곳 없는 고수를 보호해주는 존재가 되었다. 그 북에서 나는 북소리는 고수를 항상 지켜줄 것이라고 할멈 또한 말했다.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 점점 이상해져갔던 어머니, 철썩 같이 믿었지만 처음부터 고수를 속였던 히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러움을 선택했던 화산, 적을 사랑하는 방법의 기술을 알려준 형사, 거칠지만 따뜻하게 고수를 감싸주고 지켜줬던 할멈, 쿨하고 넉살 좋은 약초꾼, 석 달 동안 지긋지긋하게 보았던 눈 덮인 흰 산까지……. 모두 고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고수는 지리산에서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고, 어떤 일로도 경험할 수 없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눈이 녹고 지리산에 사람들의 흔적이 나타나고, 정 들었던 산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 고수는 망설임 없이 대학로로 향했다. 그리고 히로가 춤을 추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 당당하게 말한다.

 "어때? 헷갈리지? 다른 아이들도 너 때문에 그렇게 헷갈렸어. 엉뚱한 데를 디디기도 하고, 도무지 어떤 리듬에 맞춰야 할지 몰라 허둥댔지. 너의 그 거짓 가면 때문에 아이들의 발이 마구 꼬였다고. 이제 네가 나에게 맞출 차례야."

고수의 많은 명언 중에 가장 인상 깊은 말이었다. 고수의 확신에서 당당함이 느껴졌고, 히로의 정곡을 찔러버리는 말이 너무 통쾌했다. 고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히로를 보기 좋게 꺾어버렸다. '히로가 잃고 싶어 하지 않는 것'으로 당당하게 겨뤘다. 지리산에서 겨울을 보내고 더 굳세어 돌아온 고수의 모습을 보고 내가 더 기뻤고, 고수에게 뼈도 못 추리는 히로를 보며 속이 시원했다.

 

 "히로!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고수가 진짜 싸움을 시작한다고!"

나는, 고수의 멋진 선전포고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모두 나와 다를 게 없다. 모두가 때로는 두려움에 떨고, 막막함에 길을 잃고, 외로움에 눈물도 흘린다. 그 모든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생의 활기가 넘쳤으면 좋겠다. 우리 유전자 속에 아직 남아 있는 원시의 활기, 야생의 활기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아 있는 존재로서 거침없이 생의 에너지를 뿜어냈으면 좋겠다. 나는 이 소설에서 그런 활기를 그려내고 싶었다. ' <김수경 작가님이 하신 말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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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한테 잘해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3
박영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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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한테 잘해줘? 영우가 누굴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책 제목. 하지만 책 속에서는 영우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영우를 찾게 되었다. 영우는 바로 '인생', '꿈' 같은 것이었다. '영우'는 이 책의 녀석을 비롯한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과학고를 목표로 잡은 이유를 진정으로 아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그들이 올림피아드에서 수상을 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그들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공부를 했다. 하나의 목적때문에 그들은 항상 반복되는 기계적인 일상에서 살아갔다. 높은 성적과 높은 수상실적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두들 하나같이 기계적으로 공부만 하였다. 이런 각박한 사회속에서 아이들의 고뇌를, 녀석을 통해 더욱 잘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녀석. 김효원. '녀석'은 결국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친구이다. 녀석은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제든지 새로운 삶을 살아볼 기회가 있었을텐데 말이다. 녀석은, 녀석이 달려온 시간동안 너무나도 많은 힘을, 신경을 써야 했기에 그런 선택을 했을까? 다른 삶을 살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삶을 산다고 해도 행복해 질거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게 된 순간, 나는 녀석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녀석의 부모님은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부모님이 특별히 바빴던가? 그렇지도 않았다. 돈을 벌지 않아도 돈이 많았기 때문에 바쁠일 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부모님은 녀석을 돌봐주지 않았다. 녀석은 넓은 집에 살면서도 항상 답답해했었고, '그랑블루' 색을 좋아했다. 자신을 괴물이라고 칭했고, 어렸을 때 부터 학원가에서 키워졌다고 할 정도로 학원가에 예전부터 몸담고 있었다. 녀석과 비슷한 환경에서 배우고 길들여진 학원가 아이들을 보며 동시에, 나를 뒤돌아 볼 수 있었다.
 '학원가 아이들'이라는 소속에 한 때 나도 포함되어 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어떤 것을 '목적'으로 그 소속에 포함되었던 것일까? 어떻게 해서, 왜 그 소속에서 벗어나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원가 아이들 중 하나였을 때, 그 때는 나도 참 답답했던 것 같다. 항상 같은시간에 학원 차를 타고, 종소리에 맞춰 정해진 공부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습을 하고, 그러다 주위를 둘러보면 몇 십명의 아이들이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차를 타고 학원에 가는 것이 싫어서 조금의 변화라도 주고자 학원을 걸어 다녔을 때도, 자습시간에 어쩌다 나와 같은 행동을 하는 아이와 눈을 마주친 적도 간혹 있었다. 내가 자진해서 들어간 학원에서, 내가 이렇게 해서 달라지는게 무엇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할 즈음, 나는 학원가와 멀어지게 되었다.
 학원가 생활을 하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아이는 없었을까? 난 있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 중에서는 나와 같이 그 소속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택한 사람이 있는가하는 반면에, 어쩔 수 없이 또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또는 정해진대로 변함없이 그 속에 머물러 있는 아이들도 태반이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아이들은, 아쉬움에 자신들에게 흥분을 주는 무언가의 행동을 찾아 나서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같은 또래로서 나는 학원가 아이들을 충분히 이해했고,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이런 현실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고, 지금도 여전히 원망스럽다.
 나는 그 속에서 항상, 이 현실을 원망스러워 하는 아이들이 좀 더 많아진다면, 그 원망을 만족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이 더욱 많아지겠지? 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리고 나는 원망을 만족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가 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나태해지는 순간도 분명히 있었다. 그 땐, 채찍을 사용해 나더 다져왔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삶에 완벽히 만족한다고 장담하진 못하겠지만, 학원가의 한 아이였을 때보다는, 적어도,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우에게 부탁해.' 나는 더 많은 아이들이, 더 많은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건넬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래본다. 빨리 오길 바래본다. 나 또한 이 말을 자신있게 많은 친구들에게 건넬 수 있기를, 바래본다. 바라고, 실천할 것이다. 꼭, 그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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