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삶
정소현 지음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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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죽음"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면서도 "죽고난 후의 삶"과 "남겨진 사람들"에 관해 예리하고 섬세하게 썼다. 죽음은 더이상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정소현 작가는 이 단편선을 통해 여러가지 형태의 죽음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꺼려했던, "죽음"이란 소재를 직접 마주보게끔 한다.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의 고리처럼 연결됐지 않느냐고.


이 단편선에 나온 주인공들은 저마다 고통을 떠안으며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죽음을 눈 앞에 임박하고 죽는 것을 거절하고, 죽으려고 했으나 죽질 못했지만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끼고, 영겁의 시간동안 죽음 속에서 헤매거나,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며 뒤늦게 소중함을 깨닫기도 한다. 고통은 상실이기도 하고, 죄책감이자 미련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이 단편선은 삶을 사랑하지 않았으나 사랑을 쫓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자의가 됐든, 타의가 됐든.


책을 덮는 순간 죽음에 관해 생각을 하게 되고, 가을밤처럼 서늘하고 아름다운 문체를 곱씹으며 마음에 잔잔히 남는 책이다.


"나는 키스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따뜻함 속에서 죽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 방법을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 - 어제의 일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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