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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하멜 오디세이아 - 하멜에게 배우는 혁신과 회복 탄력성
손관승 지음 / 황소자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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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멜은 네덜란드의 20살 청년이었다. 무역을 하기위해 멀고 먼 일본으로 향하는 상선에 몸을 실었던 하멜은 존재조차도 몰랐던 조선에 갇혀 무려 13년을 살게 되면서 자신이 그 곳에서 관찰한 내용을 일지에 적는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하멜 표류기. 하지만,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하멜은 17세기 네덜란드의 전쟁기술, 건축, 음식 등의 문화를 삶의 흔적을 통해 조선에 남겨준 인플루언서였으며 최초의 서양인 골목길 여행자였다. 뿐만아니라, 갑작스런 위기와 예상치 못한 환경의 변화에서도 빠르게 적응하며 생존하는 오디세우스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에 난파를 당했던 하멜은 구조 당시 첫 만난 조선인에게 와인을 건네고 약주를 받는다. 한양을 거쳐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강진에 7년 동안 살았을 때에는 어려운 상황에도 네덜란드 고유 패턴인 해링본(청어뼈) 무늬로 돌담을 쌓아 올렸다. 오렌지색 머리에 치마를 입었을 것 같은 건장한 네덜란드 청년은 고향의 국민생선이었던 청어를 소금에 절이는 방법 뿐만아니라 네덜란드식 경제 관념과 어려운 상황에 굴하지 않고 회복탄력성을 보여준 리더였기도 하다.
제주의 여름 태풍, 바다 끝 저 현무암 해변에 밀려왔던 하멜의 흔적을 300년이 지난 오늘 따라 걸으며, 코로나로 인해 답답한 삶에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힘을 얻을 수 있다니 정말 감동적이다. 작가 또한 팬데믹의 고통속에서 하멜에게서 받은 선물과 같은 만남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여행은 그 과정 자체로 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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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여행 - 275일간의 세계 일주, 노마드 모녀여행 밥보다
이상정 지음 / 책밥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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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꾸는 딸과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 저자가 잡지 편집장이어서 그런지 세계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함께 통찰력있는 시선으로 새로운 것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여행못가는 요즘 촘촘히 여행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책이라 너무 반가웠다.아직은 낯선 국가 에스토니아 탈린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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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락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조이스 박 옮김 / 녹색광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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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피츠제랄드, 20세기 가장 훌륭한 미국 문학 중 하나인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쓴 실로 위대한 작가. '행복의 나락'을 읽으면서 그가 더 궁금해졌다.

'비행기 환승 세 시간 전에' 라는 단편은 환승하기 전 짧은 시간에 어린시절 짝사랑을 찾으러 가서 겪게되는 내용이다. 상황 전개와 반전의 상황이 풋풋함과 웃픔을 불러 일으키고, 주인공과 같이 한 방 맞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버스에서 읽고 가다가 웃음을 터뜨려서 민망했었다.

책 제목과도 같은 '행복의 나락' 은 어찌보면 '위대한 개츠비'와 비슷하지만 다른 결말을 지니고 있다. 두 이야기 모두 갑자기 상황을 바뀌어 버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기대치 않은 상황에서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를 들여다 보는 것이 두 이야기의 관전 포인트

왜 그런 심리적 변화를 강조했을까? 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 궁금증은 우연치않게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에 나온 피츠 제럴드를 보고 비로소 해소가 되었다. 인지불협화, 실제 스콧의 부인인 젤다 피츠제럴드에 대한 첫 인상은 선입견으로 계속 현실에 작용하게 된다. 스캇이 이후에도 문제많은 그녀를 똑바로 보지 못하게 하는 이유이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것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인정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 그 안에서의 심리적 변화는 환희, 환멸, 공허 그리고 새로운 세계로의 이끔을 만들어 낸다.

소설이 주는 선물은 자아를 삶에서 격리시켜 다른 관점에서 나를 바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명작일 수록 격리의 거리가 멀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100여 년전의 스캇 피츠제럴드는 아직 우리와 함께 살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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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 여성 세계사의 변곡점 위에 섰던 비범한 그녀들의 강렬한 연설 50
애나 러셀.카밀라 핀헤이로 지음, 조이스 박 옮김 / 키스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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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쓰고 있었지만, 운전대를 잡고 있는 아랍여성의 표정은 행복할 뿐만 아니라 품위(dignity)가 느껴졌다.

여성 세계사의 책갈피, “그렇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는 세상의 저항에 맞서는 당당한 여성들의 시대의 연설을 모아 보석 상자를 만들어 놓았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이전인 1892년.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개화기 시대에 70세 후반의 여성참정권 운동가였던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은 미국에서 연설을 하며 여성들이 받아야 하는 기회에 대해목소리 높여 이야기 한다.

몸과 마음의 힘을 온전히 계발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 자유로이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자유를 누릴 기회, 관습, 의존, 미신 등의 모든 속박에서 해방될 기회, 두려움으로 위축되는 상태에서 벗어날 기회...

여성에게 좀 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이 연설은 사실,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기회이자 권리를 말하고 있다. 평소 여성인권운동은 여성에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권리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스탠턴의 연설은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해 주었는데 그 뿐 아니라 그의 연설이 있은 후 100년 뒤, 힐러리 클린턴은 1995년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 참석한 189개국 대표 앞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한다.

“인간의 권리가 여성의 권리요, 여성의 권리는 더도 덜도 할 것 없이 인간의 권리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 그 시대에 여성들이 맥락적으로 그렇게 이야기 해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시대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단상의 마이크를 쟁취할 수 밖에 없어야 했던 이유는 우리 모두가 온전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1588년 스페인 무적함대와 전투를 앞두고 연설을 한 여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연설로 시작해서, 1800년대 노예제 폐지와 인종 차별 금지에 대한 연설, 아랍과 아프리카에서 같은 민족과 종족의 여성들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전통과 관례의 철폐를 외치는 연설, 지금 한국사회에 큰 이슈 중 하나인 낙태법에 대한 여성의 권리에 대한 연설, 그 동안 노벨상을 수상했던 여성들의 연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의 정치가 힐러리 클린턴, 해리포터 작가인 조앤 롤링, 배우 엠마 왓슨 (나는 우피 골드버그가 자신은 여배우가 아닌 배우라고 말한 이후로 여배우와 같은 성구분적 표현은 쓰지 않기로 했다.), 인플루언서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미셸 오바마,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의 명연설을 함께 볼 수 있다.

난 이 책이 그 시대의 여성들의 목소리를 잘 모아서 보여주는 책갈피라고 생각한다. 500년 도 더 된 여성들의 세계사에 꼭 들어야 할 목소리를 잘 선택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여성들의 권리와 정의를 위해 소신을 바쳐왔던 분들이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정진해 왔던 노력을 오래 전부터 함께 해왔던 역사적인 동료들이 있었으며, 시대에 외치는 우리의 목소리가 틀리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가야 하는 길임을 이 책은 말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체로키 부족의 첫 여성 대추장 월마 맨킬러는 말한다.
"‘저들’이 문제를 해결할 거야. 그런데 저는 왜 ‘저들’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늘 우리 부족에게 말합니다. 저들이 대체 누구를 뜻하는지 모르겠다고요. 제가 보기에는 우리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더군요. 우리, 그러니까 여러분과 나 같은 사람들요. 결국, 우리는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고 우리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여성과 남성을 떠나 큰 울림을 주는 메시지다. 얼마나 담대하고 결연한가? '자유'를 위한 운전을 위해, 누구든 각자 삶의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힘이있고 아름다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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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혼란 - 지성 세계를 향한 열망, 제어되지 않는 사랑의 감정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서정일 옮김 / 녹색광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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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신의 경계를 초월해 이끌려가는 황홀한 상태 '랍투스(Raptus)'

허세와 쾌락으로 시작된 소년의 설익은 인생이 어느 노교수를 만나 전환기적 절정의 순간을 맞이한다. 주인공의 이름을 몰랐던 것을 책의 중반 이후에 이름을 부르는 장면을 보고 알았다.
이름을 몰라도 전혀 궁금해 하거나 상관없었던 것은 소년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할 정도로 생각의 흐름과 감정이 책에 잘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소년이 청년이 될 무렵 우연치않게 어느 교수의 열정적인 강의에 이끌리듯 빠져 버린다. 교수의 언어와 사상이 회오리처럼 용솟음 치는 강의를 들을 때 그의 얼굴 주름과 눈썹에 드러나는 미세한 떨림마저 놓치지 않으려 했던 청년은 '랍투스'를 경험한다. '랍투스' 가슴 뛰는 말이었다. 책을 잠시 내려놓고 나의 인생의 '랍투스'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새로운 세계로 발을 디딛게 해줬던 황홀한 상태가 있었는지...

​청년은 교수를 통해 셰익스피어를 알아갈 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문장속에서 자신을 찾아간다. 말로의 글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그 희열을 소리치며 표현하고 싶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모습을 들쳐 보게 해 준 것은 교수의 삶이었다. 책의 후반부 교수가 지나가야 했던 빽빽한 가시덤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메인 목으로 한 없이 같이 울어야 했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나도 겁쟁이라 생각했다. 삶의 루틴 때문에 진실 그리고 나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책 '감정의 혼란'은 나의 '현실' 과 '자화상'이라고 느껴졌다. '고전' 중에서도 분명 명작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 마다 일렉트로닉 팝과 모던 째즈를 번갈아 들어야 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글을 읽을 때 호흡을 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줄의 글 귀에도 여러 감정의 변화와 난반사가 응축되어 있었다. 삶의 보도블럭을 걸어갈 때 다른 한 손에 이 책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꼈다. 오늘은 츠바이크를 위해 축배를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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