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어떤 책을 읽고 난 후 그 책을 쓴 작가의 팬이 되기로 결심한 적이 있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몇 번 없었던 것 같다. 서점에는 많은 책들이 있고 하루에도 수십권의 책들이 신간으로 등장하고 있다. 수많은 책들 중에서 김탁환이라는 작가가 쓴 책이 있다면 주저없이 골라서 계산대로 가리라. 이러한 생각을 갖게 할 정도로 내가 처음 읽은 김탁환의 작품, 노서아 가비는 신선하고도 재미있는 책이었다.

 

대한제국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고종임금께 커피를 만들어 드렸던 여자 바리스타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라니 얼마나 신선한가. 그 바리스타가 러시아에서 유럽귀족을 상대했던 전직 여자사기꾼이었다니 이것 또한 얼마나 신선한 발상인가. 주인공 따냐가 경험하는 이야기들이 커피맛에 비유되며 한 챕터 한 챕터 속도감과 스릴을 가지고 전개될 때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시대적인 상황과 주인공의 처지를 보면 시원한 느낌이 들면 안되는데 책을 읽는 내내 시원함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능력이 아닐까. 역관의 딸로 곱게 자란 주인공이 열아홉의 나이에 홀홀단신으로 러시아로 건너가 생명을 부지하고 살았다는 것도 내게는 시원함을 주었을 것이다. 역관의 딸에서, 사기꾼인 따냐로, 고종임금께 커피를 올려드리는 바리스타로 변모해 가며 자신을 지키는 여주인공은 처음이었다.

 

씁쓸한 커피맛은 곡절있는 따냐의 삶과 기울어 가는 조선의 운명과 힘없는 고종황제의 신세를표현하는 듯 했다. 그러나 커피에는 씁쓸한 맛 한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커피맛 처럼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한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난 후에도 또 다시 커피가 생각 나도록 좋은 커피향이 감돌듯 이 책의 결말 또한 여운을 남긴다. 사기꾼이 아닌 따냐의 다른 삶, 황제의 제복이 잘 어울리는 고종황제의 당당한 모습....

 

대한제국 때 아관파천과 고종황제의 독살사건 이라는 작은 모티브를 가지고 넓은 지리적 배경속에서 독특한 직업을 가진 인물을 등장시킨 작가의 상상력과 노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소재가 참신한 소설, 시원한 전개와 스릴있는 내용으로 손에서 뗄 수 없는 소설, 흰 눈이 덮힌 광할한 러시아 평원이 등장하는 소설, 이 소설을 읽으며 이번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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