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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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내 시에 열광했던 다언이 아직도 시를 쓰느냐고,
물었다.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사범대학에 진학한 후로나는 시를 그만두었다. 이제껏 내게 시를 쓰느냐고 물어오는 사람도 없었다. 다언은 내가 계속 시를 썼으면 했다.
고 말했다.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다언만이 뭔가를 잃어버린 게 아니었다. 나 또한 뭔가를 잃어버렸다.
오히려 더 치명적인 쪽은 나일 수 있었다. 다언은 자신이 뭘 잃어버렸는지 분명하게 자각하고 있는 데 반해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다언을 관찰하고 다언의 말을 들으며, 이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저것도 충분히 이해할수 있는 일이라고 관대한 척 고개나 끄덕이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다언에게 내 속을 들키자 발끈하여 그녀를 공격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나는 자분했다. 나 또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가.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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