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가 있던 자리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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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잃어버린 엄마..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이해한다는 말로도 다 위로받을 수 없는 큰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아이를 떠올리고 아이가 좋아하던 인형을 껴안고.. 그동한 못해준 것을 후회를 하면서.. 그때 그러질 말았어야 했다며.. 자책하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는 그런 의지를 잃은 한 여자..

심리상담가는 잠깐이라도 여행을 가보라 하지만.. 그녀는 사라져야겠다고 결심하고..

모든 것들을 정리한 끝에 무작정 행선지도 정하지 않고 떠나버린다.

적도 근처 공항에 내린 그녀.. 그곳에서도 삶은 흐릿하고 온통 멍하게 지낼 뿐이었는데..

한 소년을 보는 순간.. 흐릿함이 점점 사라진다..

그리고 그 소년의 말에 이끌려 또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깊은 슬픔과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끌어안은 그녀가 새로운 여정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와 상황을 보고 들으며 서서히 차츰차츰 회복되어가는데....


"상실과 박탈은 지속적인데.. 그것을 채워줄 아무런 일들이 끝내 일어나지 않는 현실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라는 작가의 말..

그리고 주인공 해나.. 또 해나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

저마다 상실의 아픔을 묻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작가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 부모가 되기 전에 이 책을 봤다면.. 해나의 아픔에 깊은 공감은 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냥 큰 상처이고... 많이 힘들겠다.. 그런 일을 겪었는데.. 온전하게 살 수 없겠지..

이 정도로만 생각했을 텐데..

지금은 해나가 얼마큼 힘든지.. 부모에게 자식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이런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고.. 해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그녀가 느꼈을 상실감과 고통.. 왜 사라지려고 했는지.. 삶을 놓아버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읽는 동안 해나에게 깊게 빠져들었고..  눈물을 훔치며 읽은 부분도 있다.


 

인생에게 가장 소중한 그 무엇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럼에도 계속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자기 인생에 충실한 사람들의 모습.

읽다 보면.. 내 마음까지도 치유되는 느낌이었고,

살아있다는 것..

그것이 왜 축복인지 절실하게 느끼게 하고..

상실감과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책

< 해나가 있던 자리>


여행작가 오소희가 쓴 첫 번째 장편소설.

이 책안에는 그녀가 여행을 통해 본 것,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것 같다.

또한 그녀가 만든 그린레프트의 묘사도 너무나 아름답고..

김선정 님의 일러스트 또한 책의 내용과 맞물려 아름답고 따뜻한 느낌이라

책을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됐다.


상실감이란 가슴에 패인 커다란 구멍 같은 것이다,라고 해나는 생각했다.
사람들은 여러 방식으로 구멍을 덮는다. 어떤 이는 세월이 채우게 내버려둔다.
천천히, 천천히, 바람이 덮고, 비가 덮도록. 어떤 이는 대체물을 찾아 구멍을 메꾼다.
얼른. 이디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결국 시간은 공평하게 걸린다.
세월이 비와 바람의 도움을 받아 구멍 속에 퇴적물을 쌓듯, 이디도 라울과의 마찰 속에서 부수고 쌓는 행위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의 상실감을 만져본다.
구멍 속에 손을 넣으니, 무언가 들어 있다. 아직 두께를 지닌 퇴적층은 아니다. 그
러나 굴 껍질처럼, 얇지만 분명한 방어력을 지닌 무언가가 만져진다. 세상의 조그만 자극에도 피를 흘리던 무방비 상태의 맨살이 아니다.

- p.126~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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