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에겐 그런 사람이 있나요? - 그와 나, 그리고 별처럼 빛나는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
무무 지음, 양성희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을 배우다> 무무 작가의 두 번째 책. <당신에겐 그런 사람이 있나요?>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읽으면 정말 좋을 것 같고...
러브 에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졌고..
여러 가지 좋은 글과 투박하지만 예쁜 그림까지 있어서 읽는 내내 매우 즐거웠다.
이 책에는 좋은 글도 많고..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
당신을 위해 죽을 수 없는 이유 - p. 51 -
여자는 남자를 사랑했다 남자도 여자를 사랑했다. 둘은 결혼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남자는 성실했지만 로맨틱하지 않았다. 여자는 자신이 원한다면 위험한 절벽에 핀 꽃이라도 따다 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을 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여자의 머리맡에 한 장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여보, 난 꽃을 꺾으러 가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내가 가지 않는 몇 가지 이유를 말하고 싶어. 당신은 컴퓨터로 글을 쓰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 언젠가 또 컴퓨터가 멈췄을 때, 내가 당신 컴퓨터를 고쳐줘야 해. 당신은 외출했다가 열쇠를 잃어버릴 때가 많아. 그때마다 내가 달려와 문을 열어줘야 해. 당신은 여행을 좋아하지만 정말 못 말리는 길치야. 내가 당신을 데리고 다니지 않으면 안 돼. 매달 여자들이 겪는 그 일이 시작되면 당신은 몸살에 걸린 사람처럼 힘들어해. 내가 곁에서 당신 배를 쓰다듬어 줘야 해. 당신은 평소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하지. 난 늘 당신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나라도 곁에 있어야 당신이 덜 외로울 거야. 당신은 하루 종일 모니터를 봐야 하기 때문에 늘 눈이 피로하지. 나이가 들면서 눈이 제일 먼저 나빠질지 몰라. 내가 언제나 곁에 있으면서 당신 손톱도 손질해주고 당신이 그렇게 싫어하는 흰 머리도 뽑아줘야 해. 그리고 나이가 들면 당신 손을 잡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부드러운 모래가 깔려 있는 해변을 걷고 싶어. 혹시라도 당신 눈이 나빠져 잘 보이지 않으면 해변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설명해줄 거야. 그러니까, 난 나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당신이 원하는 꽃을 꺾으러 갈 수 없어. 사랑하는 여보. 여기까지 읽고 내 답이 당신 마음에 들었다면 문을 열고 나와 줘. 난 지금 문 앞에 서 있어.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갓 구운 바게트를 사왔어.
여자가 문을 열고 나갔다. 남자는 시험 점수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서 있었다. 그의 가슴엔 따뜻한 바게트가 담긴 종이봉투가 안겨 있었다. |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 편지라니~~~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그중에 하나는.. 다소 엉뚱하지만..
만약에 이 글을 10대 소녀일 때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였다.
남자의 편지에 오글거림을 느끼며.. 에잇.. 꽃 따러 가기 싫어서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남자가 굉장히 자상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남자를 만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시간이 흘러.. 지금 남자의 편지를 보면서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이런 사람이 돼야겠다는 것. 이렇게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지금 내 모습은 어떤가.. 뒤돌아보게 됐다.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지금도 그런 마음이 있지만.. 그런 마음보다 사랑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 내가 갖고 있는 사랑을 온전하게 전하고 싶은 마음...
그래서 이 편지를 쓴 남자가 정말 정말 멋있게 보였다.
사랑한다면.. 절벽에 핀 꽃도 꺾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여자도...
아마 깨달았을 것이다. 로맨틱하진 않지만.. 남편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아닌.. 깊은 곳에서 우러난 진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여자는 사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겠지..
또한 남자는 달라진 여자의 모습을 보며.. 사랑이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적절하게 표현하면서 사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깨닫고.. ㅋ

좋은 글이 아주아주 많은 <당신에겐 그런 사람이 있나요?> 이 책이 5월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들이 읽고 사랑에 대해서.. 소중한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서로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 아름다운 추억들 많이 많이 만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