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뤼팽의 고백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6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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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이야기에는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짧은 이야기지만.. 아르센 뤼팽의 뛰어난 능력과 기상천외한 사건 해결 방법,

그리고 뤼팽만의 독특함과 익살스러움.. 언제나 톡톡 튀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어서

읽으면서 놀랐던 부분이 많다.


여러 단편들 중에서 내가 가장 재밌게 읽은 이야기는 첫 번째 <거울 놀이>와 다섯 번째 <붉은 실크 스카프>이다.

첫 번째 <거울 놀이>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친구에게.. 뤼팽은 뜬금없이 숫자를 나열하며 받아 적으라고 시킨다.

그 숫자들은 반대쪽 낡은 건물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반사광을 보고 규칙적인 간격을 헤아려 말한 것인데..

그걸 암호라 판단한 뤼팽은 그걸 해석하게 되고.. 바로 반사광이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죽은 사람을 발견하는데..

아주 짧은 순간.. 도저히 알 수 없는 신호를 암호라고 판단한 뤼팽의 두뇌에 감탄사가 나왔고..

그 암호를 가지고 사건의 전모를 추리하는 과정, 그리고 그걸 토대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며..

뤼팽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사건을 꾸민 사람을 보면서..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생각이 확 들었고.. 솔직히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만약 뤼팽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않았더라면.. 어쩔 뻔했나..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얼마나 억울한 죽음이었을지..

보면서 통쾌함을 느꼈던 이야기였고..


또 다섯 번째 이야기 <붉은 실크 스카프>는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에 응원하게 되는 영원한 뤼팽의 앙숙...

노형사 가니마르가 등장하고.. 역시나.. 또다시 뤼팽에게 당하고야 마는 이야기라...

보는 내내 측은지심이 생겼다.

어느 날 재판소를 가려고 집을 나선 가니마르 형사는..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두 사람을 미행하게 되는데..

사실 그 두 사람은 돈을 받고.. 뤼팽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며.. 일부러 형사를 유인한 것이었다.

살인사건의 전모와 사건의 단서와 범인에 대한 힌트까지 알려주며.. 다음에 증거를 가지고 다시 만나자는 뤼팽...

반신반의하던 형사도 사건 소식을 접하면서.. 뤼팽의 능력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오래전부터.. 가니마르 형사가 아무리 기를 쓰고 사건을 해결하려고 해도..

결국은 뤼팽의 손바닥 안에 있는 상황이 되고..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노형사는.... 이번에는 뤼팽이 던져준 단서에 의존하지 않고.. 반드시 혼자 사건을 해결하겠노라..

굳게 다짐하지만.. 막상 사건에 가까이 갈수록.. 복잡한 심정이 된다.

또한 뤼팽을 향한 노형사의 감정 역시... 적의로만 똘똘 뭉쳐 가득 찬 게 아닌...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일 테니..

씁쓸해지기도 했다..

뤼팽이 워낙 뛰어나서.. 가니마르 형사가 당할 재간이 없고..

그럴수록 뤼팽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처지를 보며.. 다른 사람들에게 망신만 당할 것 같은 두려움, 불안함을 느끼게 되고..

이런 부분을 읽으면... 가니마르 형사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뤼팽이 형사에게 쏟아내는 말을 보면...

"날 뭘로 보는 건가요? 벌써 4주 동안이나 경감님을 얼간이처럼 부렸는데, 지금 와서 경감님은...

저기, 조금 더 생각해보세요, 가니마르...

4주 동안 경감님은 충실한 복슬강아지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고요.

이리 가져와, 저기로 가져다 주렴, 뒷발로 서봐... 사탕 줄까?

아! 이렇게 아빠 말을 잘 듣는 허수아비라니..."

아이고.. 어쩜 이렇게 속을 박박 긁어대는지... 이건 익살도 아니고.. 완전 빈정대며 놀리는 건데..

가니마르 형사는 어째서 이렇게 매번 당하기만 하는지...

때때로 답답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뤼팽이 얄밉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란 생각이 들어.. 안 읽을 수도 없고.. 그냥 지나치지도 못한다.

아르센 뤼팽과 가니마르 형사의 이야기는...

결과는 눈에 보이듯 뻔할지 모르지만.. 그 과정은 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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