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이철환 글.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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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아끼는 책 한 권쯤은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종류별로 아끼는 책이 있는데.. 이 책도 그중에 한 권이다.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아끼는 책이라.. 나 혼자 야금야금 보는 게 즐겁고..

친한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책이기도 하다.

힘들 때, 지칠 때, 위로받고 싶을 때 봐도 좋지만..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좋은 책이다. ​

그림이 많은 편이라.. 글을 안 읽고 휘리릭 책장을 넘기며 그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낀다.

책 속의 그림 역시 저자가 직접 그린 것인데.. 솜씨가 정말 좋다.

그림도 정답고 내용도 참 좋은 책 <위로>


『 내겐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픔이 있다.

<연탄길> 1,2,3권의 원고 작업으로 과로한 탓에 지금도 내 양쪽 귀에선 아주 고음의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빠르게 회전하는 전기톱으로 쇠파이프를 자를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

그 끔찍한 소리는 지금까지 12년 동안 단 1초도 멈추지 않았다. 그로 인해 수 년 동안 깊은 우울증을 앓았고,

감당할 수 없는 고통 때문에 여러 번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다.

세상과 단절하고 어두운 방에 죽은 자처럼 누워 있을 때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아픔을 통해서만 알게 되는 것들이었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그 시절의 아픔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독자들이다.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살아갈 용기가 돼주길 바란다.

    - 2011년 가을. 이철환 - 』


작가의 말을 읽으며 깜짝 놀랐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을 텐데...

이 책이 더욱 애틋한 마음이 생겼고.. 작가의 바람처럼.. 힘들 때 이 책을 보며..

위로를 받고 다시금 용기를 얻으며.. 작가의 그 마음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파란 나비 피터는 밤하늘을 날고 있었다.

피터는 길가에서 반쪽붉은나비를 보았고 날개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그래서 반쪽붉은나비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날개를 가질 수 있느냐고...

후회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피터는 이미 날개의 매력에 푹 빠졌기에..

반쪽붉은나비는 알려준 방법대로 따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던 아름다운 날개를 갖게 된다.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지만.. 아무도 피터의 날개를 아름답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피터는 실망하게 되고..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친구들은 변한 피터를 따돌리게 되고.. 화가 난 피터는 다른 나비들과 크게 싸우기도 한다..

피터는 날아다니며 수많은 동식물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그 과정에서 예쁜 나비를 만나 사랑과 이별을 배우기도 하고..

지치고 힘들 때면 엄마나비가 해준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위로를 받는다.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한 그림책이지만..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인생에 대해서

잔잔하면서도 깊은 통찰력으로 그려냈기에.. 읽을수록 여운이 오래가는 책이다.

그리고 정말 좋은 글이 많아서.. 올해는 꼭 이 책을 통째로 필사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피터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래전 엄마나비가 해주었던 말을 생각했다. 친구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친구의 기쁨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엄마나비는 말했었다. 친구가 잘 되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해줄 수 있는 친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엄마나비는 말했었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건 '비교'야. 나를 다른 것과 비교하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하거든....... 네가 무엇을 하든, 네 모습이 어떻든, 너를 다른 것들과 비교하지 마. 네가 아름다운 날개를 갖는다 해도, 너는 더 아름다운 날개를 갈망하게 될 거야. 비교는 아래쪽을 바라보지 않고 항상 위쪽만 바라보려고 하니까....... 너의 아픈 그늘이 있다면, 차라리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성장을 향한 첫 걸음을 뗄 수 있을 거야.


마음이 아파도 꿋꿋하게 견뎌야 돼. 우리는 아픔을 통해 진실을 배울 수 있거든.


네가 나를 오리로 인정하지 않는 한 너와 나는 소통할 수 없어.

소통하겠다는 것은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겠다는 뜻이니까......


우리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 중엔 무의미하게 끝나는 일이 얼마든지 있잖아. 우리에게 당장은 무의미한 일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흘러 매우 중요한 의미가 되는 일도 얼마든지 있고.

우리가 진심을 다하고 있다면, 당장은 무의미해 보이는 일이라 해도 언젠가는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거야. 진심을 다하고 있다면 말이지.......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때가 많대. 그렇지 않다면 사랑이 그렇게 변덕스러울 리 없잖아.......


시간이 흘러 분홍나비를 다시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피터의 마음은 몹시 아팠다. 오래전, 엄마나비가 해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모두들 말하지만, 사랑에 빠졌다는 말은 자신이 만든 환상에 빠졌다는 말이기도 해서, 환상이 환멸이 되는 순간 사랑은 지옥이 되기도 한다고 엄마나비는 말했었다. 사랑에 대하 환상이 깨지고 더 이상 그가 많이 그립지 않을 때 사랑은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엄마나비는 말했었다. 피터는 분홍나비가 보고 싶었다.


 세상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마. 세상에 믿을 자가 아무도 없다고 네가 말하는 순간 세상도 너를 믿지 않을 거야.


앞날에 대한 불안이 너만의 문제는 아냐. 모두가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어.


너보다 더 소중한 건 이 우주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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