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수업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판미동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절망에서 자신의 삶을 돌려세워야 할 때가 찾아온다."


참으로 심오한 말이다.

<영원의 수업> 이 책의 느낌 또한 이랬다. 심오하고 철학적인.....


열네 살 때 폭탄 파편에 맞아 앞을 볼 수 없게 된 아버지, 그리고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밑에서..

일반적인 가정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랄 수밖에 없었던 마테오...

하지만.. 사랑하는 노라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던 어느 날...

아내와 아이를 사고로 한꺼번에 잃게 되고..

자신에게 익숙한 곳을 떠나 자연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 책은 아내 노라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자신의 가족 이야기, 부모님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조부모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도 있으며.. 아내와의 만남과 두 사람만의 추억 등...

오래전 이야기부터 자신의 삶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삶이란 무엇인가.. 삶에는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는가.. 이 고통은 언제 끝이 나는가...

내가 갈 길은 무엇인가... 등등...

삶과 고통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적고 있는데..

읽을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마테오를 따라 나의 삶도 되돌아보게 됐다고 해야 할까....


책 내용이 진지한 만큼 때때로 어렵거나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마테오가 갖고 있는 슬픔과 우울함이 느껴져서..

이 책은 우울할 때 읽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울할 때 보면 끝없이 우울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러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참 좋았다.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마치 나무만 보느라 숲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눈앞의 현실에만 급급하여 더 중요한 걸 보지 못하고 놓치는 일이 더 많을 것 같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지난날을 생각하기도 했고..

자연 속에서 그가 느꼈던 것들을 읽으면서.. 언젠가는 그의 삶이 회복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자연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그 어디에서도 치유받지 못한 마음이.. 자연 안에서.. 차츰 치유되는 과정은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심오하고 철학적인 느낌이 강한 책이었지만..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그것을 찾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나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형용사 또는 명사가 없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그러한 정의가 바로 어디서든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익숙해졌다. 그러한 분류가 인간 본성의 일부분임을 알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면 우리는 상대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어떤 관계도 맺지 않고 어떤 역할도 맡지 않은 채 살아간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른다. 상대는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채 아무런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 준다. 그런데 그런 상태가 우리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저 사람은 누구인가?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
무엇 때문에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을 어떻게든 정의하려고 하는데, 그러한 정의가 우리를 존재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정의는 뗏목이고, 우리는 그것에 의지해 일상의 격랑 속을 헤쳐 나간다. 이 뗏목 덕분에 우리는 미치지 않고 강어귀에 도착할 수 있다.

   - p.13~14 -


“일상에 특성을 부여하는 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고 그 일상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우리 몫이지. 그러니까 가장 인간적인 방법으로, 가장 고귀한 방법으로 늘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행동 하나하나에도 존엄과 위대함이 담겨 있으니까. 삶은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치기도 하고, 때로는 파도가 잔잔하기도 한 바다와 같다는 점을 항상 의식하면서 절대 작아지지 말고, 절대 자신의 존엄을 손상시키지 말아야 한다. 폭풍우가 칠 때나 파도가 잔잔할 때나 모두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똑바로 서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네 공정함이 배를 다시 항구로 데려올 수 있게 해 줄 거다.”

   -p.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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