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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의 탄생 - 2014 제5회 김만중문학상 금상 수상작
조완선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2월
평점 :
허균 - 율곡 이이와 어깨를 나란히 한 대학자 허엽의 둘째 아들.
누이 허난설헌은 여류 천재 시인, 형 허봉은 명나라에서 더욱 유명한 시인이자 문신이었다.
이런 명문가의 후손을 조선 천지 간의 괴물로 부르다니.....
영혼이 자유로웠던 그는 관직에 있는 동안에 수차례의 탄핵을 받고 귀양을 가고..
끝내는 역모죄로 사지를 6등분 찢기는 거열형을 당한다.
그가 쓴 책은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금서로 지정되어 함부로 볼 수 없게 되고...
168년이 흐른 후....
연암 박지원이 열하熱河에 다녀온 후, 그곳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글로 옮기고 있을 때....
책쾌 조열이 나타나 조만간 허균의 책을 구해서 오겠노라 말한다.
그가 구하려고 하는 책은 교산 허균이 홍길동의 흔적을 쫓아 쓴 <교산 기행>이었다.
한 달이 지나도 조열이 나타나지 않자.. 걱정이 된 연암은 직접 그를 찾아 나서고..
다른 책쾌를 통해 그가 보름전에 부안에서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조열과 막역한 사이였던 마종삼과 함께 부안으로 가고..
조열이 살해당한 장소를 찾아가는데..
그곳은 교산 허균이 머물던 정사암 근처였다.
도대체 조열은 왜 죽었는가...
그를 죽인 사람은 누구이며, 허균이 쓴 책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 것일까..
홍길동의 찾으려는 교산 허균의 험난한 여정과 책쾌 조열이 죽은 이유를 밝히려는 연암 박지원의 모습.
<걸작의 탄생> 이 책은 제5회 김만중 문학상 금상 수상작이다.
동시대 사람도 아닌 허균과 박지원... 이 두 사람을 엮어서 글을 쓸 수 있다니..
게다가 모르는 사람이 없는 홍길동전을 기본 소재로 하여..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를 탄생시켰다는 사실에 놀랐고..
허균이 홍길동전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홍길동의 마지막 행적을 찾아 나선 모습과
박지원이 책쾌 살인사건의 진실을 쫓으면서 허균의 행적을 쫓아오는 모습 등
160년이 넘는 시간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두 이야기가 굉장히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다.
역사 + 추리소설이 합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익숙한 인물들의 친숙함과 함께 교산 기행에는 과연 무슨 내용이 적혀있을까..
조열을 죽인 사람은 또 누구일까.. 등등
책을 읽는 동안 한순간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쫄깃쫄깃한 긴장감을 느끼며..
순식간에 읽었던 책.
허균과 박지원.
홍길동전과 허생전.
조선시대 최고의 지식인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대단한 사람들.
이들이 꿈꾸던 세상...
조선 천지 간의 괴물로 불리던 허균은 홍길동전을 통해 유토피아를 꿈꿨는데..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 모양과 흡사하다.
왕도 없고,, 노비도 없고... 누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그러나 겉모양은 이렇게 보일지 몰라도..
속을 보면 여전히 그들이 원하던 세상은 오지 않았다...라는 말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을 읽을수록 세상이 어째서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말 마지막에 쓰여있는..
허균이 호민론에서 강조한 "천하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백성이다."
이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또한 이 말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