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 연재 당시 퇴근 후..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이해가 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던 정글만리.

그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조정래의 시선>

이 책은 저자의 인터뷰, 칼럼, 강연 등에서 이야기 한 것을 모은 것이다.


 신문 칼럼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특히 강연이나 방송 출연해서 한 말들은 그 시간이 지나버리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 허망감은 적잖이 큰 것이었다.

그 허망함과 아쉬움, 그리고 매 순간 진정을 다 바친 내 인생의 결정들을 구슬 꿰듯이 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 이번 책이다.

여기 동원된 여려 국면의 내 얘기들은 나의 문학론이기도 하고, 인생관이기도 하고, 민족의식이기도 하고, 민족사에 대한 견해이기도 하고. 사회 인식이기도 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향한 염원이기도 하다.

    - 작가의 말 中에서 -

 

책에는 정글만리에 대한 내용이 기틀을 잡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정글만리 인터뷰는 비슷한 이야기들이 반복되지만..

그런 부분이 작품의 해설을 충분히 해주는 느낌이었고,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등 다방면으로 깊이 있는 생각과

작가란 무엇이고 또 작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글은 왜 써야 하고 무엇을 써야 하는지.. 등등의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읽으며

이 시대의 굉장한 현자 賢者:어질고 총명하여 성인에 견줄 만큼 뛰어난 사람을 만난 느낌이었다.

생각의 깊이와 통찰력, 현명함, 그리고 따뜻​한마음까지..

읽을수록 참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글을 쓰기 위한 노력도 엄청난 분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저자는 일 년 365일 중에서 명절을 제외한 362일을 매일 같이 12시간씩 글을 쓴다고 한다.

하루에 서른 장의 원고지를 채우기 위해서 즐겨 마셨던 술도 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자신이 세운 원칙을 꼭 지키면서 말이다.

흔히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만..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사람을 보기 드문 요즘에...

저자의 모습과 생각을 본받고 싶다.


작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잠깐 본 저자의 모습은

나이를 쉽게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정정하셨고 재치가 뛰어난 분이셨다.

그때 끝까지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아쉬움이 사라지고...

정말 놀랍다,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젊은 사람들도 잘 모르는 경제나 사회에 대해서..

깊은 통찰력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모습.

저자의 올곧은 모습 등을 보며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자의 책은 정치인들, 기업가 등등의 사람들도 많이 읽는 책으로 알려졌는데..

<조정래의 시선> 이 책도 정치인들 포함,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고

저자의 말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

이 책에도 나왔듯이 저자는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최근에 비정규직 근무 기간을 최대 4년으로 늘리겠다는 장그래법이나

규직을 해고하기 쉽게 철저히 기업의 입장만 반영한 중규직 등등

얼토당토않은 정치인들의 말들을 듣다가..

저자의 날카로운 비판과 쓴소리를 읽으니

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어릴 때부터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저자의 책을 읽으며 자란

나에게. 조정래..라는 사람은 좋은 작가이며 훌륭한 스승이다.

힘든 순간에도 끊임없이 글을 쓰고..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현실을 정확하게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그가 오래도록 우리의 곁에서 좋은 이야기,

마음을 울리는 글을 써주시길 바라며

젊은 우리들도 현실을 직시하고 통찰력을 갖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

 

 

 지혜로운 조정과 통제가 없이는 몰인정한 자본의 속성은 천민화의 행포를 부리게 됩니다.

그 천민성의 극복이 복지 제도의 강화고, 유럽 일부 국가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회민주주의, 민주사회주의가 바로 그것 아니겠습니까.

이 세상의 모든 인간들은 세개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어나는 것, 죽는 것,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는 것.

그 완벽하지 못함이 조정이나 통제를 안 하면 악마성을 드러내게 됩니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다듬어 써야 하는 도구입니다.

   - p, 36 -


 

 

 온 국민이 노예적 삶을 감수하며 이룩해낸 경제발전의 시대를

<한강>에 썼고, 국민들의 피땀 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익부 빈익빈의 천민자본주의의 폐해가 극심해지고, 재벌들의 횡포가 국가권력까지 위협하는 가증스러운 상황을 <허수아비춤>에 그렸고, 급변하는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과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재도약의 기회는 중국에서 오게 되리라는 판단 때문에 <정글만리>를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p. 64 -


 일왕이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꼭

지켜야 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에 와서 첫 번째로 서대문형무소 자리를 찾아가야 합니다. 일제가 36년 동안 우리 독립 투사들을 잔인무도하게 수없이 죽이고 고문한 그 자리에 무릎 꿇고 엎드려 진정으로 사죄해야 합니다.

독일의 빌리 브란트 수상이 유대인 위령비 앞에서 했던 것처럼.

그 속죄행을 하지 않으려면 일왕은 대한민국에 와서는 안 되고,

올 수 없도록 단호하게 막아야 합니다.

역사의 범죄 앞에서 진정한 사죄가 없으면 용서란 있을 수가 없는 일이고, 진정한 화해나 화합도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 절대불변의 철칙입니다. 일본과 우리는 현실적 필요에 의해서 왕래하고 교역할 뿐, 일본이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계속 오만과 비양심적인 행위를 되풀이하는 한 그들과는 영원히 비우호국으로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에게 당한 핍박과 유린의 36년 역사는 앞으로 최소한 360년 동안 우리의 정체성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5천 년 역사 속에서 그보다 더 큰 굴욕과 고통은 없었으니까요.

   - p. 159 -


 일찍이 문화사가들은 작가를 일러 '시대의 산소이며 등불이고 나침반'이라고 했습니다. 가장 첨예하고,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모순 많은 문제들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아파하라는 의미일 겁니다.

다음에 쓰고자 하는 교육 문제도 그 범주에 들어있는 것일 겁니다.

지금 우리의 교육은 파탄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이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그 사실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 아이만 뒤지게 할 수는 없으니까'하며 아이들을 고액 학원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너나 없이 팽배한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무한경쟁의 열차에 실려 달려가고 있는 겁니다.

그 열차가 너무 과속이라 나라도, 부모들도, 사회도 열차를 정거시킬 도리가 없는 겁니다.

   - p. 185 -


 질문))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 하는 가운데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전혀 논의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 한마디로 국민 무시이고, 국민 기만이지요.

내가 보기에 경제민주화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비정규직 해결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1,800만 명 가운데 895만여 명이 비정규직입니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월급을 절반밖에 못 받는다!

그 박탈감과 소외감과 적대감이 어디로 가겠어요.

그건 바로 우리 사회의 불안 요소로 작동하게 됩니다.

IMF 사태로 생겨난 그 비인간적인 차별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됩니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삶, 화평한 사회, 안정된 국가가 되려면 국민 생존의 문제 해결이 가장 화급한 정치 화두입니다.

정부, 여야가 공통으로 책임져야 할 중대사입니다.

   - p. 194 -


 질문))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이 시대에 지금 우리 시민들이 좇아야 할 가치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 인간의 발견. 그래서 인간의 존엄과 인간의 가치를 서로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삶의 덕목일 것입니다.

   - p. 199 -


 질문))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요?

 : 자기 스스로를 말로 삼아 끝없이 채찍질을 가하며 달려가는 노정이다. 그리고, 두 개의 돌덩이를 바꿔 놓아가며 건너는 징검다리다.

매 순간 긴장하고, 가장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면 목표는 이뤄진다. 설령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후회 없는 인생이 된다.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필부도 노력하면 신을 능가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 p. 215 -


 질문))<태백산맥>에서 민중 중심적인 이야기로 역사 인식을 보여줬고, <아리랑>에서는 민족 중심적인 역사 인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차이점을 설명해 주십시오.

 :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얼핏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대와 이야기와 주인공이 완전히 다른 각기 독립된 별개의 소설들입니다. 다만, '우리의 근현대사 3부작'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중시해 편하게 부르는 이름이지요.

그런데 그 소설들 중에서 세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민중이 역사의 핵이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원동력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친일파들이 우리의 민족사에서 얼마나 악덕이며 우리의 사회질서와 사회양심을 파괴하는 데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를 밝히려 한 것이고, 세 번째는 우리의 분단상황 속에서 남과 북의 정권 지배집단들이 역사를 얼마나 왜곡시키고 변질시켰는지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민중과 민족은 시대환경에 따른 별칭이지 제 작품에서 그것을 굳이

구분하려고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p. 274~ 275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