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전쟁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이야기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1
임기상 지음 / 인문서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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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하지만 유독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 바로 20세기 대한민국.

지금과 가장 가까운 역사.

비통함과 슬픔, 결코 없어지지 않을 상처들이 고스란히 전해지지만..

알고 있는 사실보다 모르는 진실, 감춰진 이야기가 더욱 많은 그날들...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전쟁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 이 책에서 가장 기억나는 부분들 ★★★★★

I. 뒤틀린 현대사 -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 vs 친일파

1. 신소설의 작가, 조선을 팔아먹다 - 매국노 이완용의 비서였던 이인직의 숨은 친일 행적
2. 고종 황제 망명 시도 사건 - 전 재산을 털어 항일 무장 투쟁에 나선 이회영 일가
3. 일본 갑부, 조선 호랑이 고기를 VIP에게 대접하다 - 한국 호랑이와 표범을 멸종시킨 일제의 또 하나의 만행
4. 축복받은 일본에 살어리랏다? - ‘뼛속까지 친일파’ 윤치호 등 친일파를 7명이나 배출한 윤씨 집안
5. 백발 노인의 의거, 조선을 뒤흔들다 - 조선총독에게 폭탄을 던지고 순국한 64세의 강우규 의사
6. 조선사편수회, 한국 고대사를 말아먹다 - 황국사관의 전초기지였던 조선사편수회와 이병도 등 식민사학자의 궤적

8. 조선의 아낙네, 일제의 심장에 총구를 겨누다 - ‘여자 안중근’이라 불린 독립운동가 남자현
9. 독립투사 고택의 마당에 철로를 깔아 맥을 끊어버려라 - 석주 이상룡, 식솔을 이끌고 항일 운동에 뛰어들다
10. 경천사지십층석탑, 산산이 해체되어 현해탄을 건너다 - 고려청자에서 「몽유도원도」까지, 우리 문화재 수난기
11. 독립군 때려 잡는 조선인 부대를 아십니까? - 치욕의 간도특설대, 그들의 면면을 밝힌다

II.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 해방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3. 서북청년회, 그 죄를 어찌할까? - 야만의 극치를 달린 서북청년회의 온갖 비행과 만행
4. 피는 피를 부른다 - 여순 사건, 죽고 죽이는 악순환의 길을 열다
5. 한낮의 반민특위 습격 사건 - 역사가 무너진 현장, 이승만은 어떻게 반민특위를 박살냈는가?
6. 전혜린의 아버지, 백범 김구 암살을 지휘하다 - 평생 양지만 쫓아다닌 친일파 전봉덕의 인생행로
7. 정의의 이름으로 - 김구 암살범 안두희, 애국시민 박기서에게 맞아 죽다

III. 이승만은 어떻게 한국 현대사를 짓밟았나 - 한국전쟁 발발에서 휴전까지

3. 대한민국 국군 수뇌부, ‘숙취’ 중에 남침을 당하다 - 대통령은 낚시 중, 국방부 장관과 작전국장은 연락 두절
4. “대통령인 내가 사과를 왜 하나?” - 대통령은 야반도주, 고관대작들은 피난 경쟁
5. 무자비한 폭격, 지도에서 사라진 평양 - 미군의 폭격으로 불바다로 변한 북한

7. 빨치산, 그 주홍글씨 - 지금도 유령처럼 떠도는 ‘빨갱이’라는 손가락질

9. “죽은 뒤에도 빨갱이란 말입니까?” - 남한 빨치산 총사령관 이현상의 장례를 치른 차일혁 경무관


워낙 내용이 알찬 책이라 다 기억에 남지만..

정말 읽는 동안에 많이 놀라고 눈물이 글썽거리고 분노가 차오르는 등...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독립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 역사는 반복된다. "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이런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왜 역사를 알아야 할까.

단순히 입시를 위한 역사 공부가 아닌 진짜 역사를 알아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지금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21세기 대한민국의 상황이 왜 20세기와 똑같이 느껴지는 것인지..

씁쓸하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친일파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몇 년 전... 소설 혈의 누(1906년작)를 쓴 이인직이 친일파였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있었는데..

이 책 첫 부분에 그에 대해서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이인직은 이완용의 비서였고.. 나라를 팔아먹은 비밀 협상의 실무자로서

모든 합의를 담당했다는 사실.....

이런 사람이 신소설의 선구자..라고... 교과서에 소개가 되다니..

책에도 설명이 된 조선사편수회 출신의 친일 사학자들이 만들어낸

거짓에 속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대로 된 역사를 알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친일 앞잡이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8ㆍ15 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주요 요직을 맡아 떵떵거리며 살고 계속 계속 부를 축적하며

자신의 만행을 지우거나 미화시키고..

혹은 어쩔 수 없었다며 정당화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기가 차고 울분이 차오르기도 했다.

정말로 대접받고 추앙받아야 하는

독립운동가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도 못하고

그 후손들 역시 독립유공자..라는 타이틀만 있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힘들게 살아가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안타깝고 부조리한 일인가..


 "그때 친일한 사람들의 후손들은 호의호식하며 좋은 학교에서 최신식 공부도 많이 했더라. 그들은 일본, 미국 등에서 외국 유학도 하는 특권을 많이 누렸으니 훌륭하게

성공할 수밖에.

그러나 우리같이 쫓겨 다니며 입에 풀칠이나 하고 위기를 넘긴 사람들은 자손들의

교육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못 했다.

오로지 어른들의 독립 투쟁, 그것만이 직접 보고 배운 신교육이었다.

목숨을 항상 내놓고 다녔으니 살아 잇는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깝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그 허허벌판 황야에 묻힌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데.......

불모지에 잡초처럼 살았지."

 -p.103 이상룡 선생의 손자며느리 허은 여사의 회고록 중에서..

 *이상룡 집안에서 3대의 걸쳐 9명, 그리고 허은 여사 가문에 4명이 독립 유공자.

 


영화 <아나키스트 : 2000년 개봉작, 김상중, 장동건,.김인권 등 주연>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 삶은 산처럼 무거우나 죽음은 깃털처럼 가볍다"

일제강점기..

지배층의 대부분은 재물과 권력을 얻으려고 나라를 갖다 바쳤으나..

같은 지배층이라 해도 의로우신 분들은  전 재산을 정리하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위의 대사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목숨을 내놓고 치열하게 투쟁했다.


 

 "내가 죽는다고 조금도 어쩌지 말라. 내 평생 나라를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음이 도리어 부끄럽다. 내가 자나 깨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우리 청년들의 교육이다.

내가 죽어서 청년들의 가슴에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소망하는 일이다.

언제든지 눈을 감으면 쾌활하고 용감히 살려는 전국 방방곡곡의 청년들이 눈앞에 선하다. 너는 나의 유언을 전국의 학교와 교회에 널리 알리도록 하여라."

 - 64세의 강우규 의사가 옥바라지를 하던 아들에게...-

"단두대 위에 서니 오히려 봄바람이 이는구나.

몸은 있으되 나라가 없으니 어찌 감상이 없으리오."

  - 사형대 위에서 강우규 의사가 남긴 시 -

                                 -p.60-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오늘 왼쪽 무명지 두 마디와 이별하려고 한다.

어쩌면 내 손을 채웠던 이 작은 것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수도 있겠다 싶구나.

아들아, 이제 칼을 가지고 왔다. 이것을 잘라 모레 국제연맹 조사단장인 리튼 경에게 전할 것이다.

지금 내게 두려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라를 잃고 남편을 잃고, 더 이상 잃을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양반가의 할머니가 독립운동을 한다니 일견 우습게도 들릴 일이지만,

현실은 그런 모양을 가릴 때가 아니다.

이 늙어가는 육신의 일부라도 흔쾌히 끊어 절규를 내놓아야 할 때도 있는 것이 아니냐? 이제 칼을 들었다.

 - p.88 손가락을 자른 후 남자현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일본이 우리나라 땅을 점령하고 국모를 시해하고 왕은 꼭두각시로 만들고

백성들은 노예처럼 부리고 온갖 짐승과 문화재를 착취하고

끝내는 우리들의 정신마저도 말살시키려고 할 때..

그들의 앞잡이로...

같은 민족에게... 이웃이었던 사람들에게 총칼을 겨누고

일본인보다 더 극악무도한 짓을 서슴지 않았던 친일파를...

과감하게 청산하지 못하고..

친일파인 그들과 그 후손들이 사회 지배층이 되어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금..


친일파의 후손들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가혹하다고..

부모를 선택하고 태어나는 것도 아닌데.. 불쌍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친일파의 후손이 불쌍하다?

무엇이 어떻게 왜 불쌍한 건지 모르겠다.

그들은 자신의 조상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면서도 그 사실에 대한

죄책감이나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도 없이..

되려 조상들을 미화하고 거짓말까지 하는데..

그렇게 뻔뻔한 사람들을 불쌍하다고 감싸줘야만 하는가..

친일파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괴롭히고 핍박하고 끝내는 이 나라를 죽였다.

그렇게 하여 재산을 모았고..

일반인들은 평생 모아도 절대 모을 수 없는 금액이고..

지금도 여전히 그 재산은 축적되고 있으며

그 후손들 역시 그 돈으로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며

아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또한 조상이 한 일이고.. 그 당시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조상이 한 일을 이제 와 내가 사과를 해야 하는가.. 이렇게 말하는 후손들..

일말의 양심이라곤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가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면..

일본 정부의 사과 역시 받을 수 없음을 느낀다.

자신의 조상이 한 일이라며.. 내가 한 짓도 아닌데.. 내가 왜 사과하냐..

이 말은... 곧..

일본 역시.. 과거 일본인 조상들이 한 일인데..

왜 지금 일본 정부에서 사과해야만 하는가...

사과를 모르는 일본 정부라면 충분히 이렇게 바꿔서 말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경우와 같이 전범을 공소시효 없이 추적하는 법,

말하자면 악질 민족 반역자를 끝까지 찾아내어 죄과를 묻는 특별법이 있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p.66-

 

저자의 이 생각에 동의하면서...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의 역사에 더 큰 관심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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