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 엄마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고은.강은교 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한국의 대표 시인 49인이 <엄마>라는 주제로 쓴 글을 모은 책으로

이 책의 좋은 이유는 기존의 글을 다시 모은 것이 아닌..

새로이 쓴 글이라는 것과 ( ※ 2014년 7월 5일에 별세하신 김종철 시인은 예외)

글 끝에 시작 메모라는 것이 있어서 시인의 생각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담 서숙희 화백의 삽화와 손글씨까지 곁들여져 더욱 애잔함이 느껴졌다.


내 기억에 나는 어릴 때부터 시를 좋아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어릴 때 계속 반복해서 읽었던 동시들도 어렴풋이 기억나고

학창시절 읽고 쓰고 외우던 시는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고

20대에는 외국 시에 빠져서 긴 시를 외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다.

예전에 누군가 내게 왜 시를 읽는지.. 시의 좋은 점이 무엇인지 물었었다.

아마 그때 처음으로 시를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생각했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그냥 좋으니깐 좋아하는 것일 뿐.. 이유가 필요하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를 읽으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짧은 글, 함축적 언어...

그 속에 담긴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 읽고 난 후에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그 진지함이 좋다.

소설, 에세이, 자기 계발서 등등 다른 책에는 없는 시만의 매력이 있다.

일반인과는 다른 시인만의 감성으로 보고 느낀 어떤 것들에 대해서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 읽고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진지해진다.

진지한 사색의 끝에서 깊어지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사람 사이도 가벼워지는 요즘에..

무언가 이해하려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니...


책을 아예 안 보는 사람들도 많고.. 읽어도 가볍게 흥미 위주의 책만 골라 읽는 사람들도 있다 보니

시는 여전히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여 외면당하는 일이 많지만..

실제로 찾아보면 어렵지 않은 시도 많다.

사랑, 일상 등에 관한 시도 많고..

이번에 읽은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이 시집 역시

주제가 <엄마>라서 그런지 어렵지 않은 느낌.

읽는 동안 시인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엄마...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코 끝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오래전부터 그랬는데..

이제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니 더욱 그렇다.

엄마...... 고맙고 미안하고 그리운.......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존재.


<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1부 - 당신의 이름은 슬픔이었습니다.

2부 - 하늘이 비치는 곳이면 어디에나 엄마가 있다.

3부 -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변하지 않을 사랑.


목차만 보아도 엄마의 사랑과 모성애. 자식을 위해 희생한 삶이 생각나 울컥했는데..

시를 읽으며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춰둔 슬픔이 폭풍처럼 거세게 밀려왔다.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하고 펑펑 울어버렸다.

 

엄마 하고 부르던

다섯 살의 나는 다 지워져서

어머니

어머니

하고 여든한 살의 묵은 목젖으로

가만히 불러보았습니다.

저만치서 할미산 할미꽃 서넛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잠들어 있습니다.

  - <성묘 - 고은> P.12 -


엄마의 말들은 나를 쓰러지지 않게 받쳐준 지지대였네

인생은 잃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랑받았다는 추억이 몸이 어두운 때 불을 밝히고

물기 젖은 따스한 바람을 부르네

  - <엄마 목소리 - 신현림> P.52 -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면 그대

새벽녘도 황혼녘도 맞이할 수 없으리

하지만 거기서도 자식 걱정은 하고 있으리

어머니 내 어머니

  - <황혼녘에 임종하다 - 이승하> P.106 -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목숨이 끊어진다 해도

최후의 순간까지 변하지 않을 사랑

들린다, 들린다

어머니다

  - <어느 봄날의 생각, 문득 - 이흔복> P.117 -


방파제 위에 한 여자가 앉아 있습니다.

등대를 바라보며 한 여자는 죽음에 이를 수조차 없습니다.

세월을 어루만지며 한 여자는 텅 빈 자궁을 흐느낍니다.

그리하여 수많은 한 여자의 가슴에서 죽어버린 아이들의

울음은 영원토록 서성입니다.

수많은 한 여자들의, 단 하나의 심박이 두근거리며


  여전히 수장된 과거를 흐느낍니다.


  - <마더 - 조동범> P.133 -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살아계실 때

감사한 마음으로 내가 받은 사랑보다 더 많이 효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고

제대로 꽃피우지도 못한 채 떠난 아이들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억누르며 살아가실 분들의 아픔도...

잊지 말고 꼭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엄마를 꼭 안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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