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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 사랑한 7편의 소설들.
문학 교과서라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는 빨간 책방은..
책을 알게 되는 즐거움이 가득하고, 그로 인해 책을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는 방송이다.
처음 빨간 책방을 알 게 된 것은 첫아이를 출산한지 몇 개월 안됐을 때였다.
그때 아이는 만 6개월이었고 나는 아기 이유식을 만들며 육아에 동분서주하는 초보 엄마였는데..
당연히 TV나 책을 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평상시엔 라디오를 들으며 지냈다..
내 상황을 잘 아는 친구가 추천을 해줘서 찾아 들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밌었다.
재미와 유익함 그리고 깊이까지 다 갖춘 빨간 책방.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때로는 작가가 출연하여 이야기 나누고 책에 관해서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방송.
내가 알지 못 했던 부분들도 하나하나 짚어주고 설명해주는 방송을 들으며
나도 어느 순간부터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1회를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00회를 맞이하고
이제는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이라는 빨간 책방의 책을 읽게 되다니...
그동안 반복해서 들으며 받아썼던 수많은 이야기와 좋은 말들을
언젠가 깔끔하게 타이핑해서 정리해야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책이 나오다니... 정말 정말 반가웠다.
또한 수많은 책들 중에서 선별하여 나온 책이니 그 내용은 또 얼마나 알차고 즐거움이 가득할까.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사랑에 푹 빠진 사람처럼 들떠 있었다.
목차
1.숭고하고 윤리적인 속죄―《속죄》, 이언 매큐언
2.우연과 운명, 권태와 허무, 그 가볍지 않은 무게―《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3.마지막, 당신이 만나게 되는 진실은―《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4.소년의 어떤 꿈에 대하여―《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5.신기한 이야기에 숨겨진 카오스와 코스모스―《파이 이야기》, 얀 마텔
6.이렇게 강하고 자유로운 남자들―《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7.그가 또 다른 세계에서 만난 것은―《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에 소개된 일곱 권의 책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읽기 어려웠던 것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이 책은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 깊이가 남다르다고 느껴지는 책이다.
오래전 존경하던 은사님께서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 책인데..
처음 읽었을 때 어렵기도 하고 같은 이야기 같은데 주인공에 따라서
반복되는 부분이... 왜 그런 것인지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결국 포기했던 책이기도 하다.
한참 뒤에 다시 한번 도전하여 겨우겨우 다 읽었고..
그 후부터는 차츰 이 책의 매력, 이 작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기도 했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읽기 전에 작가의 특징을 어느 정도 미리 알고
보았더라면 중도 포기하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쿤데라가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못 얻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보통 서사를 따라잡으려고 소설을 보잖아요. 그런데 쿤데라는 절대 이야기를 쉽게 놓아주지 않고 자기가 붙잡고 있다가 조금씩 조금씩 흘려주는 식인 거죠. 그렇게 이야기가 풀려나오는 방식이 감질나기 때문에 성질 급한 사람은 처음 몇 페이지만 읽다가 집어던질 거예요. -p.82- |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지난날 쿤데라의 책은 왜 이리 어려운지..
이 책을 왜 읽어보라고 추천한 것인지.. 고민하고
이해하려고 애썼던 내가 생각났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철학적인 사유는 매우 깊고 넓은데요, 사랑과 성뿐만 아니라 파르메니데스, 니체, 베토벤 등 정말 많은 레퍼런스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가벼움과 무거움, 영혼과 육체, 우연과 운명, 삶과 죽음, 개인과 정치 또는 역사와의 관계까지 소설이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P.78- |
이 부분을 보면서 이 책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됐고
또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단순히 베스트셀러나 유명한 책만 골라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고전이나 이해하기 힘든 책에 대해서도 다가가기 쉽게 설명해주고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빨간 책방만의 매력이 듬뿍 들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에 실린 책을 읽고
이 책을 보아도 좋고(이해와 공감의 측면에서)
안 읽고 보아도 좋다.
책에 대한 정보와 설명이 자세히 나오고
알지 못 했던 부분이나 책을 읽으며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은
다방면으로 폭넓은 지식을 쌓은 이동진, 김중혁 이 두 사람이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어려운 책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에 관해서 설명한 것 중에서 이만큼 좋은 책과 좋은 방송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알차다, 실속 있다, 그리고 즐겁다.
글을 읽으며 점점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더니
어느 순간 다 같이 앞에서 이야기 나누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녹음실에 있는 것처럼...
평소 한 회도 놓치지 않고 듣고 또 듣는 애청자라 그런 느낌이었겠지만..
정말 이 책 참 좋다. 읽고 또 읽고 싶은 책이다.
다양한 책을 이야기하는 빨간 책방.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책을 모은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