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아이
신상진 지음 / 삼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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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이 된 정수..

어느 날부터 생활이 불규칙해지기 시작한다.

늦은 귀가 시간, 외박, 그리고 가출까지..

몇 주만에 돌아온 정수에게 부모는 많은 것을 묻지만.. 정수는 말이 없다.

지금은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만 할 뿐..

겨우겨우 상황을 조금 알게 되고.. 괴롭히는 아이를 피하려고 여러 방법을 써보아도..

그 아이와 그 주변 아이들에게서 벗어나질 못한다.

정수는 다시 늦게 들어오고 도둑질도 하게 된다..

정수의 이런 행동들로 인해서 화목했던 집안은 서서히 분열되고..

정수 역시 집 안에 있어도 늘 불안에 떨고 오후가 되면 밖으로 나가는 생활을 반복하다가

또다시 가출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한참 후에 상처투성이 모습으로 집에 돌아온다..

도대체 정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아이와 함께 겪었던 몇 년간의 일을 토대로

부모의 입장에서 최대한 담담하게 쓴 소설이다.

학교폭력 앞에서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아이는 계속된 폭행과 감금ㆍ협박 등을 당하면서

삶이 무너지게 되고.. 그 이후로 모든 걸 포기하고 엇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부모는 자식을 어떻게 해서든 지키려고 애를 쓰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정은 조금씩 무너져만 가고...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내 아이가 저런 상황이라면.. 내가 그 부모라면 나는 어땠을까..를 생각하니..

수많은 감정이 뒤엉켜 괴롭기도 했다.

 

아직은 어린 나이인데.. 무자비하게 남을 폭행하고 감금ㆍ협박하는 철규와

자식이 그러고 다니는 걸 알면서도 말리지도 않고

문제가 생기면 온갖 변명과 돈으로만 해결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가해자가 저 정도 일 거란 생각도 못하고..

그저 자식을 지키겠다고 철규를 만나 같이 식사도 하고

철규가 하는 말을 순진하게 그대로 믿는 정수 부모의 모습은

너무나 어리석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차라리 큰 소리로 혼을 내는 게 더 나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초반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더욱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는데..

상황이 더 최악이 되었을 때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함께 정수 부모에 대한 원망이 들기도 했다.

정수가 계속 아무 말도 못한다..라고 했는데.. 그 의미를 빨리 눈치채고 해결책을 찾았어야 했다.

엄마만이라도 정수를 데리고 멀리 이사를 가던지.. 대안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심리치료를 받게 하던지..

잠깐 할머니 집에서 생활하고 잠깐 대안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무슨 효과가 있을까..

이미 아이의 마음은 몸보다 더 심하게 병들어 가고 있는데..

어른들도 계속 폭력에 노출되면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는데..

14살.. 15살의 아이가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을 당하는 상황에서

부모만 믿고.. 어른을 믿고..도움을 청하면서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을까..

잘못하면 보복을 당하게 될까.. 무서워서 더욱 입을 다물게 될 것 같은데..

아이의 엇나감을 느끼면서도 왜 방치했는지..

아이가 밖에서 무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답답해만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아이를 미행이라도 하던지..

혼내고 때린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오히려 반발심만 자극할 뿐...

그 어린아이가 감금당하고 감시 속에서 집에 연락도 할 수 없고..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는 일이 발생하기 전에..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적어도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피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처럼

일단 멀리 가서 아이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게 당사자를 위해서도 좋았을 것이고..

다른 형제들을 위해서도 좋았을 것 같다.

한 아이가 무너지니 다른 형제들 역시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이 조금씩 생기게 되고..

가족이니깐 다 함께 견디어야 한다는 말은 정신적으로 성숙한 경우에도 때로는 힘이 들고 벅찰 때가 있는데..

하물며 한참 예민하고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첫째와 아직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막내..

이 두 사람에게도 3년이란 시간은 당사자 못지않게 참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이렇듯 부모의 행동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울컥하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도대체 피해자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부모라고..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지..

아이를 위해서 가해자를 달랠 수밖에 없었던 그 마음..

엇나가는 아이를 붙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이도 부모도 상처가 쉽게 아물지 못하는 상황에서

힘든 부모의 마음은 모른 체..

계속 삐뚤어져만 가는 아이를 지켜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나는 그 정도도 못 했을 텐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족이니깐 보듬어 안는 모습을 보면서..

이 가족들이 견딘 그 시간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그때의 상황을.. 다시 생각하여 글로 쓰는 일이 너무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아마도 자신들처럼 너무 멀리 돌아오지 말라는 뜻도 있을 것이고..

지금도 어디에선가 힘들어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우리도 이런 시간들이 있었지만..

결국은 이겨냈다고.. 그러니 힘을 내라고..

 

뉴스를 보다 보면 가끔씩 끔찍하고 잔인한 학교폭력의 실태를 접하게 된다.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옛날부터 이런 일들이 계속 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잔인해지고 교활해지는 것 같다.

또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데..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모도.. 학교도.. 사회도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꾸준히 노력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제발 나를 놓지 말아줘.....'

'내가 이렇게 해도 나를 버리지 말아줘.'

 

"부모가 믿질 않으면 아이는 돌아올 데가 없어요.

애들이 한참 엇나갈 때 보면 맘대로 튀어나가길 원하는 것 같으면서도

진짜 자기를 놓는 것 같으면 불안해합니다."

     - P.15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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