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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게임
제니퍼 린 반스 지음, 공민희 옮김 / 빚은책들 / 2021년 10월
평점 :
이번에 읽은 소설은 세계적으로 히트한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시류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입소문을 타고 있는 [상속게임]입니다. 아버지는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심지어 자매조차 동복이 아닌 이복자매인 가정의 고등학생 에이버리는 사실상 사회경제적 계층의
저 밑단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 그녀에게 데이비드 호손이라는 자가 찾아와 토비어스 호손이라는
노인의 유산 상속녀가 되었다는 놀라운 얘기를 전해 듣습니다. 상속 금액은 자그맟니 462억 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55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가치인데요, 여기서 그냥 받는다면 소설이 진행이 되지 않겠죠? 바로 토비어스
호손의 대저택에서 손자 4명과 함께 1년간 거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본 플롯만 들었을 때는 스릴러인가? 스릴로맨스 장르인가? 싶었는데 읽고 나니 칙릿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트와일라잇 같은 틴에이지 소설보다는 조금 더 묵직한 소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초반 본인의 생활을 얘기할 때에는 트와일라잇이나 헝거게임이 떠올랐는데,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문체를 사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번역가분이
왠지 번역을 잘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왠지 원서를 보면 아주 쉬운 영어로 쓰였을 것 같다는
느낌을 군데군데 받았습니다.
연고가 없는 노인으로부터 거액의 상속을 이어받으며 그에 관련된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는 영화 [나이브스 아웃]이 떠오르기도 했고,
미남 4명과 한 집에서 생활하며 묘한 로맨스 기류를 형성한다는 점에서는 드라마 상속자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같은 로맨스 프로그램이 떠올랐습니다. 이
점만 봐도 흥행거리를 콕콕 박아놨기 때문에 페이지가 금새 넘어가는 책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상속녀로서 재벌의 삶을 체험하는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일약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훌쩍 뛰어오르기 때문에
돈이라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이면서도 두려운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데, 단지 재력의 좋은 점만을 설파한
게 아니라는 점이 틴에이저 대상 소설이었음에도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소설은 3부작의 첫 권으로 시리즈의 첫 장을 알리는 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결말을 궁금해했던 분이라면 끝이 왜 이러지? 하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절묘한 부분에서 끊었기 때문에 마치 시즌제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작품 전체에서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것을 보면 작가도 MZ 세대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성 작가가 원하는 젊은 작가 특유의 감성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리 쓰지 않고 가볍게 읽을 소설을 찾고 계신다면 추천 드리고 싶은 [상속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