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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의 시간 속으로 - 지구의 숨겨진 시간을 찾아가는 한 지질학자의 사색과 기록
윌리엄 글래슬리 지음, 이지민 옮김, 좌용주 감수 / 더숲 / 2021년 10월
평점 :
우리가 사는 지구, ‘창백한 푸른 점이라 불리는’ 인간의 유일무이한 행성에 대해 우리는 아직 10%도 채 알고 있지
못합니다. 바다 저 깊은 곳에 어떤 존재가 살고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며, 지구상의 몇 십배에 해당하는 광물이 바다 밑에 깔려있다고 합니다. 웅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피력하는 저자의 서문을 보면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떠오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듯 하지만
끝없는 하늘을 지켜보며 과학의 발자취를 그려나가는 천문학자들의 모습을 그린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읽은 ‘근원의 시간 속으로’의
저자 윌리엄 글래슬리는 많은 이들에게 낯선 장소인 그린란드로 지구의 과거와 미래를 알아내기 위하여 떠납니다. 그린란드는
그 광활한 면적에 비해 거주인구가 6만명이 채 되지 않으며, 거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누이트족은 기후위기와 맞물려 힘든 생활을 영위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그린란드
자체도 빙하의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야생 그 자체인 지역이지만 기후위기는 빠른 속도로 빙하를
녹이고 있기에 앞으로 우리가 그린란드의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을 날이 얼마나 될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 책은 읽는 내내 bbc나 KBS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글로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고요함 속에서역동성을 느끼게 하는 부분에서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함께 느끼기도 했습니다. 글이라는 게 신기한 것이 이럴 때가 아닐까 합니다. 눈으로 본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어떤 상황인지 어렴풋이나마 그 감정과 감동을 느끼게 되니까요. 고요함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는 추측을 잠시나마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자는 지질학에 논란을 일으킨 논문을 반박하기 위하여 그린란드 일대의 판형을 조사하게 되는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피오르 지역을 처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피오르는 뭐지?
했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지도에 등장하더군요. 책을 보시는 분들은 지도를 한 번 정도
꼼꼼히 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책을 읽을 때 이해도가 훨씬 높아지는 걸 느끼실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남쪽 해안에서 저자가 겪었던 일이 상당히 인상 깊었는데, 마치
사막에서의 신기루 현상 같기도 했고, 저자의 말처럼 바다에서 사이렌 현상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새의 울음소리가 절벽에 굴절되어 마치 짐승이 울부짖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인데 자연의 위대함은 어디까지인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먼 과거 선원들이 느꼈던 공포심도 바로 자연에 대한 경외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사람과의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비롯된 일들과 생태계와의 조우에서 비롯된 경험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떤 독자에게는 상당히 잔잔한 책으로 느껴질 수도, 또 다른 독자에게는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우리의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지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BBC의 다큐멘터리를 한 번 들여다보고 싶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