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은밀한 취향

조선의 은밀한 취향 - 왕과 왕비의 사적인 취미와 오락
곽희원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0월

[조선의 은밀한 취향]을 읽어보았습니다. 본 도서는 여러 명의 학예사들이 힘을 모아 발간한 책으로,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하여 만든 것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조선왕조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반에는 고양이를 사랑했던 숙종의 일화나 이성계의 준마 (추풍오, 발전자 등)에 관한 사례가 소개되어 있어 인터넷에서도 쉽게 볼 수 있던 사례였던 지라 예상보다도 좀 가벼운 책인가 싶었는데요, 2장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자세한 고증과 일화가 소개되고 있어서 만족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모란도 병풍이 조선의 왕실에서 종묘제례에서 중요하게 사용되었다는 점도 흥미롭게 느껴졌고, 어진 봉안처에서 모란도 병풍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상당히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일제시대 동안 수탈당한 우리의 옛 관습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바둑은 봐주지만 장기와 쌍륙은 종놈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바라보던 정약용의 입장이 이해되기도 하고, 참으로 선비였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번 책을 통해 저자인 학예사들의 조선왕조와 그 인물들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도 있었는데요, 화협옹주의 경우 수천 마리의 개미를 산성액체에 담궈 본인의 피부미용에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 효과는 아직 불명이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미용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고 K-뷰티의 독창성도 일부 이점에서 기인한다라고 포장해주고 있지만 사실 현대인의 입장에서 볼 때 한 명의 미용을 위해 이유없이 생물을 사살하고 그를 위한 인력이 낭비된다는 건 안좋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고종이 근심을 잊기 위해 당구를 즐겨했다는 점도 고종 치하 백성들의 삶과 고종과 명성황후의 정치적 행보를 살펴보면 아쉬움이 남는 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왕인 세종과, 태종, 태조에 대한 자세한 사례가 나와있는 점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성계의 낙마 사건도 소개되어 있는 점도 흥미로웠구요. 문체반정을 추진한 정조가 숙직 중 소설 읽는 관리를 파직한 사건도 참 정조다운 사례라 느껴졌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워커홀릭인 상사는 힘들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고풍스러운 느낌이 드는 책이었고 조선왕조의 기록의 치밀함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던 책이었습니다.

요새는 하도 조선왕조실록을 후려치기하는 풍조가 강해 별 다섯개를 줘야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