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뷰티 (완역판)
애나 슈얼 지음, 이미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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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애나 슈얼의 저서 [블랙 뷰티]입니다. 인간이 아니라 동물의 관점에서 쓰여진 최초의 영미 소설이라고 하는 이 책은 세상의 풍파와 희로애락을 겪는 말, 블랙 뷰티가 본인의 일생을 되돌아본 일종의 회고록처럼 쓰인 소설입니다. 블랙 뷰티는 주인공인 말에게 두 번째 주인인 고든 부인이 붙여준 이름인데요, 우리가 흔히 소설에서 보던 흑색 준마를 생각하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쉽게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제주도 말 농장이나 수락산과 같은 승마 강습 코스가 아닌 이상 말을 실제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말에게 엄청난 애착을 갖는 서양인들을 이해하기 좀 힘든 면이 있지만, 도시에서 사는 이들이 아닌 이상 영미권에서는 말이 보기 힘든 동물이 아닌데다 긴 세월을 인간과 함께한 동물이기도 하니 큰 애정을 갖는 것 같습니다. 지능 또한 상당히 높으니 더더욱 그 애정이 깊은 것 같구요.

주인공인 블랙 뷰티는 소설의 문체 때문인지 차분한 성격인 듯하지만 자기애가 높은 말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잘생겼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는 말이기도 하구요. 열정적이기도 하고 주인이 여러 번 바뀜에도 매번 주인에게 충성스러운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저자인 애나 슈얼은 어릴 때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했기에 말이나 마차를 자주 탔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말에 대한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던 듯 합니다. 책에서는 동물이나 노동자 계층에 대한 부조리한 편견이나 행동들이 잘 드러나 있는데, 이를 통해 소외계층이나 말 못하는 동물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아동소설을 빙자한 소위 계몽소설이라 생각하는데, 읽다 보면 예전 찰스 디킨즈의 [리틀 도릿]이 마셜시의 실상을 소설로 통해 얼마나 극악한 환경에서 채무자들이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줌으로써 마셜시가 폐쇄되었다는 일화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펜은 약하다고 하지만 글의 힘은 강하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당연히 아동소설인만큼 해피엔딩으로 끝나며 갖은 고초를 겪은 후에 옛 주인 중 한 명에게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많은 일들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소재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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