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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엄마>의 영향으로 <어나벨>도, 신작<모르는 여인들>도 사실 잘 회자되지 않고 있어 조금 안타깝지만
신작가님의 글을 읽는 사람들은 여전하다
다행히 꼼꼼한 신작가님 덕분에 들을 수 있는 뒷 얘기들이 풍부해서 감사하고
책을 읽지 않았지만 작가와의 대화가 가능했던 분위기에 감사하고
자신의 소설과 닮은 신작가님의 말과 생각들도 여전히 좋았다
「화분이 있는 마당」을 이야기하며,
절교 편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이 단편은 그 시절 자신을 치유해주었다고 한다
마음 자세도 치유의 방법도 작가답다는 생각이다
필사는 신작가님의 소싯적 재주였겠고(?^^) '창'은 매번 등장하는 이름이다
사실 이런 일련의 소재들이 새롭지 않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글들과 함께 해온 추억들이 되살아나 웃음이 나고
내 지난 이야기들 속 아름다운 것들이 생각나 언제나 뭉클해진다, 진심으로
닮은 꼴은 그래서 애착이 가는 모양이다
「그가 지금 풀숲에서」를 이야기하며,
증후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누구나 잠재해 있는 아픔을 지닌 사람들의 손, 마음
'현대의 삶이 생각하면 안 될 것처럼 사지로 내모는 것 같은'이라고 말하던 작가님의 말은
얼마전 토크쇼에서 내게 신선한 깨달음을 줬던 김창완 아저씨의 현대의 영웅들과 개인 가치의 상실에 대해 한 말과 일맥상통했다
「어두워진 후에」를 이야기하며,
말을 잇는 속도가 느리시다 보니 되려 고마웠다
게다가 자주 내뱉으시는 어, 아, 음... 의 신음 소리(?)는 되려 숨죽이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뭐, 어떤 이는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성문 앞 보리수」를 이야기하며,
허수경 시인과의 일화와 추억에서 출발한 단편이라는데
함께 소녀들처럼 얘기 주고 받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다가도 조근조근한 두 말투가 만나면 잘 어우러질 것도 같다
알 수 없는 너와 나의 마음을 함께 감싸안기 위해 등장한 '수미'는 인생의 수수께끼
「모르는 여인들」을 이야기하며,
이 책의 모든 문장은(딱 한 편 읽고 와서 들은 문장만으로도) 신작가님의 문장 아닌 것이 없는 듯하고
결국 다시 이런 글들을 만나게 되어 정겹다고 해야 할까
마치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감독의 코드들이 나열되면 그것들 찾기를 즐겼던 것처럼
「세상 끝의 신발」을 이야기하며,
소년병의 아버지는 신작가님 아버지의 이야기라고도 한다
'작가의 말'과 딱 이것 한 편 읽고 왔는데 신평론가님이 '이 작품 참 감동적이죠?!'라고 하자
참 다행이구나 하는 안도, 후후
평범하지만 신작가님의 글다운, 작가의 옛 작품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글이었다, 내게는
'그런 고장이었어요' 이런 말들을 어디가서 누구에게 들을 수 있을까 싶다...
정말 그랬다, 어른이 있는 집이라면 응당 언제나 손님을 맞은 토방에는 벗어놓은 신들이 돌려놓여지곤 했었다
순옥이 언니의 이야기를 할 때는 아랫집 혜정 언니가 떠올랐고
참 절묘한 공감의 시간을 살았고, 살고 있어 다행히 읽기가 겉돌지 않는다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읽지도 않은 내용들까지도 다 알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은 아마도 오래 읽고 있는 작가의 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감동적이었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못했지만 위로가 되어 감사하다는 말은 전하고 왔다
어렴풋이 깨닫는다
신작가님이 불러내는 기억, 느낌, 사고들이 쓸쓸하고 아픈 기억은 멀리 두고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들만 불러내주어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들에 그 시절과 현재를 위로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 그렇다면 작가의 글들은 다소 보편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색깔은 있지만 작가가 말하듯 '문학은 연민 같은 것, 가여운 것'이라는 말이 관통하는 보편적이지만 깊히 천착하는 이야기들
이제 읽어보자
해를 지나고 지나며 씌어진 작가의 생각과 글들이 무엇을 놓지 못하고 또 무엇을 보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