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필립 퍼키스와의 대화
막스 코즐로프 외 지음, 박태희 옮김 / 안목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박태희씨의 번역서 <필립퍼키스의 사진강의노트>를 아주 알차게 읽었었다
그 후 반갑게도 또 한번의 번역서가 나왔는데, 구매를 미뤄두다 이제서야 읽게 됐다
열화당 책들이나 자가출판한 책들처럼 단순한 제본형태에 페이지 수도 적어 메모장을 읽듯 단숨에 읽었다
'대화'라는 단어 때문에 처음 애닳던 마음이 조금 사그라들기도 했었는데, 그 대화라는 것이 감동적이어서 감사했다
나의 사진에 관한 생각들과 맞물리는 게 많아 더욱 그러했겠지
이 얇은 책자들의 문장들을 거의 다 빗금으로 가둔 듯하다
"나는 가능한 범위 한에서 최대한 단순하게 작업합니다. 빛이 렌즈를 통과해 필름을 태웁니다. 필름이 다양한 화학 공정을 거쳐 음화가 됩니다. 난 그것을 확대기에 넣지요. 그뿐입니다. 그러나 그 작업을 50년 동안 지속하니 이젠 제2의 천성이 되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능숙해졌고요. 지식이 많아졌다는 뜻이 아니에요. 기술이 점점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기술을 넘어서 버린 거지요."
...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정말이지 부러움의 극치였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아주 욕심이 나서 안달복달 할 때를 제외하고는 내가 찍은 사진이 그 당시 내가 보고 느꼈던 것과 최대한 같기를...
하지만 본 것과 느낀 것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더욱 어려운 것임을 알면서도
카메라도 믿지 못하고 나도 믿지 못하며 여전히 고뇌에 빠져들곤 한다
또한 계획없이 나서서 계획없이 찍어대는 사진들에 기가 죽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찍고 싶을 때 찍는 게 스트레스 받을 일인가 하고 생각하곤 하는 것이다
아마도 둘 다 옳을 것인데도 말이다
누군가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은 언제나 선택 혹은 지혜로움을 요한다
필립 퍼키스의 사진집 <인간의 슬픔>을 영어를 모르니 사진의 질이 걱정되더라도 박태희씨가 우리말로 출간하면 사봐야겠다
(이 책의 글들은 박태희씨가 스승 필립 퍼키스에게 인터뷰에 대한 내용 중 궁금한 점을 물은 글 외에는 사진집에 실릴 글들을 따로 단행본 출판한 것이다)
대충 이 책에 실린 사진집에 대한 글과 사람들의 평, 분위기가 사진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도 하지만 나도 그 안에서 새롭게 천착하게 될 지도 모를 것들을 만나보고 싶다, 진심으로
아마도 사진들은 '이게 뭐야!' 정도일 것 같은 강한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