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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죽음
이자벨 로시뇰 지음, 오정숙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1994년 신입생, 나는 시골 출신이었고 집에도 책이 없었으며, 문방구가 딸린 학교 앞 작은 서점에만 가봤으며, 도서관이란 곳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 나이 되도록
그래서였을까
학교 도서관에서 남들은 공부를 하는데 나는 손이 가는대로 뽑아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가장 맛나게 책을 읽곤 했던 기억이리라
아주 흔한 우리 단편부터 고전, 흔하지 않은 제목들의 책 그리고 시집들
워낙 책을 느리게 읽다 보니 몇 권 읽어내지는 못한 시절이었지만 충분히 책에 대한 사랑을 다질 수 있는 기회였다고나 할까
지금도 생각나는 제목이 몇 개 있는데,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라든가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든가
사르트르의 <구토>라든가 카프카의 <변신>이라든가
그리고 지금은 절판된(비슷한 시집이 다시 나온 것 같긴 하더라만 같은 시집인지 또 쓰신 건지는 내용을 알 수가 없다 <개미와 배짱이>)
이생진 시인의 1990년 출간 시집인 <내 울음은 노래가 아니다>(청하) 등이 그것이다
(이 시집은 편집디자인 시간에 선택해서 손으로 책만들기를 하기도 했었다
어지간히 흥미로웠던 모양이다, 지금도 그때 만든 이 시집을 가지고 있다)
이자벨 로시뇰의 <작은 죽음>을 읽고 있자니 조금은 익살스러우면서도 인간 삶의 단면을 빗대어 쓴 이생진 시인의 시가 생각났다
악착같이 시를 써서 곤충이 되겠다던 시인
그리고 이언 매큐언의 소설
이 셋이 어떤 연관 관계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묶여 떠올랐다
선 디자인이 되어 있는 왼편의 간지가 오른쪽 편의 글을 읽는 동안 자꾸 모아레를 만들어 혼란스러웠는데
'전혀 혼란스럽게 하지 않으면서 긴장들을 풀어가는 훌륭한 대위법'이라고 말한 <르몽드>의 필립 캐탱쉬의 말과 잘 어울리는 듯했다
작가는 글쓰기 강의를 하는 사람답게 불필요한 말을 제거하는데는 일가견이 있어 보인다
작가는 왜 이 글을 썼을까...
이 글을 읽고 무언가를 기억해 내거나 생각하거나 자각하거나 동의나 그렇지 않거나...
하는 것들이 꼭 수반되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