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동시집 산울림 - 빨간우체통 2 빨간우체통 2
윤동주 지음, 김점선 그림, 박해석 엮음 / 이가서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는 작고하신 화가 김점선님의 그림이 어우러진 동시집이다
윤동주의 동시집은 처음인데,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시들이 동시로 분류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 
시대가 그러했던지라 동시들은 어느 정도 은유적이다
 

 

편지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옇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버선본
 


어머니!
누나 쓰다 버린 습자지는
두어둬서 뭘 합니까?

그런 줄 몰랐더니
습자지에다 내 버선 놓고
가위로 오려
버선본 만드는걸.
 
어머니!
내가 쓰다 버린 몽당연필은
두어둬서 뭘 합니까?

그런 줄 몰랐더니
천 위에다 버선본 놓고
침 발라 점을 찍곤
내 버선 만드는걸.

 

 



 
눈이
새하얗게 와서,
눈이
새물새물하오.
 

  



해바라기 얼굴

 
누나의 얼굴은
         해바리기 얼굴
해가 금방 뜨자
         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
         누나의 얼굴
얼굴이 숙어 들어
          집으로 온다.

  


 

할아버지


왜떡이 씁은 데도
자꼬 달다고 하오.

  

 

어머니
 


어머니!
젖을 빨려 이 마음을 달래어 주시오.
이 밤이 자꾸 설워지나이다.

이 아이는 턱에 숨염자리 잡히도록
무엇을 먹고 자랐나이까?
오늘도 흰 주먹이
입에 그대로 물려 있나이다.

어머니!
부서진 납인형도 싫어진 지
벌써 오랩니다.

철비가 후누주군이 내리는 이 밤을
주먹이나 빨면서 새우리까?
어머니! 그 어진 손으로
이 울음을 달래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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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물새물하다
: 입술을 약간 샐그러뜨리며 소리 없이 자꾸 웃는 모양
: 한데 어울리지 않고 자꾸 능청스럽게 구는 모양

 

* 샐그러뜨리다
: 한쪽으로 배뚤어지거나 기울어지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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