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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 컬트의 제왕이 들려주는 창조와 직관의 비밀
데이빗 린치 지음, 곽한주 옮김 / 그책 / 2008년 11월
평점 :
언젠가 TV에서 데이빗 린치 감독에 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그의 산 속 작업실과 집도, 그의 독특한 습관, 취미, 성격도 매우 흥미롭게 다루어진 다큐였다.
이 책에도 나오는 디지털 영화를 찍기 위해 이웃에 사는 한 여배우와의 작업 스토리는 그때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 책에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어 살짝 웃음이 났다.
감독의 말대로 35mm 필름카메라가 아닌 디지털로 인해 아이디어가 수시로 번쩍이는 데이빗 린치 감독은 그 아이디어들을 놓치는 일 없이 매순간 정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영화를 못 본 지 오래된 것 같다.
입자 거친 디지털로 만든(요즘은 디지털 상영도 많이 보편화되어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필름으로 다시 옮기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그의 영화들을 늦지 않게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블루 벨벳>을 제작할 당시의 에피소드를 읽다가 제작 지원을 받을 통로가 그렇게나 없었을까 하고 의심하게 되더라.
길게 고민하고 나약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하지만 데이빗 린치 감독의 성격상 절대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해주는 책.
번역가의 실력은 검증된 듯 하고(이미 꽤 알려진 책들을 여러 편 번역했다) 글이 길지 않고 짧은 단상으로 이루어져 있어 의심할 나위 없는 감독의 글쓰기 실력에는 살짝 실망하고 말았다.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라는 책 또한 안도 다다오가 그의 건축과는 다르게 글을 잘 쓰지는 못한다고 하여 웃은 적이 있는데, 이 책 또한 반복되는 문장과 생각들, 깊게 드러내지는 않는 짧은 편린들이 사실 책 가격을 자꾸만 다시 보게 만들기도 한다. =ㅅ=;;
그래도 영화를 사랑하니까, 린치 감독을 좋아하니까 읽고 싶었던 책이 아니었을까.
흥미로운 대목도 있고 영화들의 에피소드들을 알게 되면서 그 영화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관심있는 감독에게 조근조근 이야기 들은 것으로 생각하면 괜찮을 듯하다.
<블루 벨벳>의 영화음악가 안젤로 바달라멘티와의 작업에 대한 에피소드(바달라멘티로서는 곤욕이었을지도 모를... 후후후)와 <이레이저 헤드> 제작 에피소드는 아주 아주 흥미로웠다.
여하튼 괴짜 감독 맞긴 맞다.
감독의 <이레이저 헤드>와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단연 최고, 미드를 잘 보지 않는 나로써는 그의 연속극은 안 봐서 뭐라 말할 수가 없군.
항상 데이빗 린치 감독을 떠올리면 함께 생각나는 감독이 있는데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다.
'데이빗' 때문인 게 분명한데, 가끔 헷갈릴 때도 있는 걸 보면 성격이 꽤 다른데도 불구하고 둘을 묶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크로넨버그 감독의 <크래쉬><이스턴 프라미스><폭력의 역사><스파이더>도 참 좋은 영화!
* <바가바드 기타>, 올해 안으로 꼭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