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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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읽을 책을 고를 때 표지나 표제, 혹은 둘 다를 보고 고를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표제가 끌리는 책을 읽는 편이다. 여담이지만, 이런 나의 습관은 비단 책을 고를 때만이 아니라 드라마,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들을 때도 작용하는 거 같다. 말이 주절 주절 길긴 했지만, 표제라는 건 그만큼의 힘을 갖고 있다.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힘을. 그렇게 나를 끌어들인 책 중에는 내 취향에 딱 맞은 책이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천선란의 『어떤 물질의 사랑』과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그랬다. 본글의 주인공인 셸비 반 펠트의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또한 마찬가지다.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고 주저없이 들어간 건 전에 창비 서평단을 참여했을 때 재밌었던 경험 탓도 있었지만, 표제를 보고 이끌려 신청하게 됐다. 흥미를 끌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이다.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이라는 제목 뒤에 어떤 수식어가 붙을지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도 함께. 원표제는 『Remarkably Bright Creatures』로, 책의 주인공 문어 '마셀러스'에게 초점이 맞춰 있는데, 개인적인 감상으로 아마 창비에서 붙여주었을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나는 책을 읽기 전이나 읽는 중에 뒷표지에 적힌 추천평을 읽는 편인데, 이 추천평이 특히 와닿았다.

종을 넘어서는 기적 같은 우정.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결점이 많고

조금씩 이상하지만 자꾸 정이 간다. 읽다 보면 어느새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북페이지

보통의 소설이었다면 잘 나오지 않았을 캐릭터들이 주인공들이어서 그런지 다른 인물들은 몰라도 유독 '캐머런'에게는 조금 거부감을 느끼기기도 했는데, 문뜩 나도 그런 면을 보일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캐머런의 행동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됐다. 비록 사람이 너무 비관적이고 자격지심을 느끼긴 해도, 나도 그런 시기가 있었고 지금도 가끔씩 그럴 때가 있다. 진 이모에게 다정함을 보이던 캐머런이 눈 앞에 아른거리기도 하고, 그가 자주 탓하는 태생적 환경이 기구한 것이 그의 행동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만든다.

주인공 중에는 아무래도 '토바'가 제일 좋았다. 토바의 이야기를 하나 둘 알게 될 때면 울고 싶어지긴 했지만, 나보다 더 울고 싶을 그를 위해 울음을 참기도, 대신해서 울어주기도 했다. 아무런 사연이 없었어도 충분히 매력적이었겠지만, 나는 틀림없이 토바를 좋아했겠지만 지금의 토바도 충분히 좋다.

이 책에는 주인공들이 저마다의 외로움과 슬픔을 안고 있어,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현실에서 만나볼 수 있을 법한 인물들이 나와서 이야기가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우리 멍청한 인간들 때문에 아쿠아리움에 갇힌 마셀러스의 시점으로도 읽을 수 있어 새로운 재미를 준다.

특별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이들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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