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의 이야기, 나인

나인 (양장) ㅣ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결말을 알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등산의 끝, 산의 최정상에 섰을 때의 느낌과 보게 될 풍경', '입시가 끝나고서 자신에게 돌아올 결과', '취업 준비를 언제쯤 마치고 어떤 회사에 들어가게 될지', '교제의 끝은 이별일지, 결혼일지', 더 멀리 나아가서는 '삶의 끝인 죽음은 어떠할지'. 이러한 일상에서의 결말 말고도 이야기의 끝을 궁금해하는 이들도 당연히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말을 알고 싶어서 이야기를 끝까지 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몇몇 작품에서는 결말을 먼저 알려주고 시작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천선란 작가님의 '천 개의 파랑'이 그렇다. 결말을 먼저 알려주고서 그 결말이 나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결말을 알지 못하고서 결말을 추리할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 작품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나인은 원우의 실종 전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을 풀어나가려고 하고, 그러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 이 책은 하나의 장르로 구분하기엔 역부족인듯하다. 다양한 이야기가 적혀 있어서 어떤 장르냐고 물었을 때 쉽사리 답하지 못할 것 같다. 일단 출판사에서 정한 장르는 SF이다.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장르는 확실히 그렇다. 등장인물에 '누브족'이라는 지구인이 아닌 새로운 종족이 나오고, 그들에게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 주된 이야기라 이 작품은 SF가 맞다. 그러나 원우의 실종 사건을 파헤치는 부분에서는 추리물로 보이기도 하고, 나인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그로 인해 바뀌게 되는 삶을 사는 장면을 볼 때는 성장물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은 매 챕터마다 이야기의 시간대와 그 챕터의 주인공(전지적 작가 시점에서의 중심인물)이 바뀌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전개 방식이 나인에서 크게 다루고 있는 사건에 몰입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독자들이 등장인물에게 감정 이입되어 마치 자신이 그 이야기 속 인물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을 주어 그 사건에 더 빠져들 수 있는 것 같다.

 천선란 작가님의 책에서는 소수자들, 일반적으로 말하는 평범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자주 나온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남들과 같지 않다는 것에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며 자신이 잘못된 게 아닐까 걱정한다. 여기까지는 다른 작가의 책에서도 나올 수 있지만, 그 주인공을 어떻게 다루냐가 작가 개개인의 특성인 것 같다. 천선란 작가님이 쓰는 소수자의 이야기에서는 "이 지구에 같은 인간은 없"다고, "모두가 다 서로에게 외계인"이고 "모두가 같은 사람인 척하고 있을 뿐이라"고, 너를 "무엇이라고 굳이 규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인물이 매번 등장한다. 그게 좋다, 혼자 그 두려움에서 방황하지 않고, 조언해주거나 단단한 믿음을 주는 사람이 있어 편히 기댈 수 있다는 것이. 소수자에게는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자신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만들어낸 불안함에는 분명히 남들의 시선에 대한 공포가 잠재되어 있다. 그런 이들에겐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소수자가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이해받을 수 있다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언을 대부분 보호자 또는 어른이 아이에게 해준다. 아이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질 못할망정 어른스러움을, 본인과 같게 행동하라는 것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시대에, 이런 요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따뜻해지게 한다. 아이는 아이다워도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은 것 같다.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이 작품에는 정말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읽으면서 머리보다 가슴으로 먼저 와닿을 메시지가 참 많이 있다. 신선하면서도 먹먹하고 또 감동적이면서도 심장이 조이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몇몇 문장으로는 이러한 감정을 쉽게 받을 수 없으니 책을 직접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어쨌든 탄생이 다를 뿐이지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야. 너도 피와 살로 이루어져 있어. 절대로 다르지 않아. 그러니까 괜히 쫄지 마. - P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