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2
스탕달 지음, 김붕구 옮김 / 범우사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레미제라블을  재미있게 읽어서 비슷한 시대의 작품을 고른다고  선택한 것이 이 작품이다. 그런데 기대보다 좋지 않았다. 사랑에 빠진 남녀의 심리 변화의 흐름을 타당성 있게 표현한 점은 인상적인데(작자가 관찰력이 매우 좋은듯) 묘사가 너무 설명적이라 생생함이 떨어진다.  대사도 이미 설명한 심리상태의 확인이지 서사로 보이지 않아 독자가 간접적으로 끼여들 여지가 없다. 그러다 보니 소설이 아니라 연애중인 남녀의 심리 보고서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연애 관련 내용이 너무 길다. 내가 이 작품에 애초에 갖던 기대와 다른 내용이라서 이런 인상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마틸드와 줄리앙의 밀고 땡기기(충분히 납득할만 하지만)가 300페이지 이상 줄거리에 큰 변화 없이 계속된다면 이거 너무한 것 아닌가? 무슨 극적인 다른 요소가 끼어든 것도 아니고 그저 후작저택의 좁은 공간에서 끊임 없이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데 돈주고 구입한거라 아까워서 읽긴 했지만 솔직히  고역이었다.   

계급간 대립과 그것의 극복? 그런  내용이 확실히 있었고 그것이 줄리앙의 행동방식을 이해하게 해주는 면이 있지만  이것도 계속 주절주절 반복되니 그저 연애에 양념을 친 것에 불과한 것 같다.  

그리고 번역의 문제도 지적하고 싶다. 비슷한 어휘가 너무 자주 나와 문장이 풍부하지가 못하다. 원작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만 신경을 더 써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각 문장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전체적으로 밀도가 낮은 인상을 받았으며 80년에 번역된 내용을 별다른 수정없이 2000년대에 그대로 출간한 것 같아 지금 시대와 맞지 않은 어색한 부분이 계속 걸리적 거린다. 심지어 작품해설도 그때 쓴것을 그대로 실은게 아닌가 한다.

그나마 흥미있었던 부분을 꼽아 보라면 소설의 완결부분이다.  주인공을 파멸시킨 계기가 진정한 사랑의 대상이던 레날부인이고 그녀는 주인공과  화해하긴 하지만 주인공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그런데 기만적이고 왜곡된 사랑을 한 철없는 귀족 처녀 마틸드는  주인공의 비극적인 죽음마저 자신의 허영심과 이기적인 공상을 위해 이용한다.이런 해석이 맞는지는 모르겟으나 이렇게 보자면 꽤나 인상적이기도 하다.  안되는 놈은 뭘해도 안된다 뭐 그런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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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2009-05-1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아주 감동이 컸습니다. 번역 표현도 완벽이구요. 좋은 번역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책인만큼 곰곰이 읽어보시면 그 진가를 느낄수 있을 것입니다. 스탕달의 표현이 지루하다면 발작은 손도 못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