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달
하타노 도모미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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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꽤 두께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늘어지지는 않았다.

책은 총 10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와구치 사쿠라라는 여성과 마쓰바라 요시후미라는 남성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서술한다. 같은 사건에 대해 판이하게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출판사에서 소개한 글로만 보아도 한쪽이 피해자이고 다른 한 쪽은 가해자라는 것을 읽기 전에도 알 수 있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나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실제로 스토킹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읽기에 힘들지 않을까?'였다.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다. 괜한 희망도 심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계속 생각했다.

"무엇을 말하려고 썼지?"라고.

이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해서 이 글쓰기를 몇 번이나 중단해야 했다.

그리고 며칠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결과 나름의 답을 정했다. 아마도 작가는 '알려 주기' 위해서 썼다,라고.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 이런 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한 번쯤은 이렇게 알아두라고.

소설을 읽는 목적이야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디에서 읽었던지, 아마도 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이 읽는 사람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생각해보면 그렇다. 내가 '읽는 사람'일 뿐, 책을 읽더라도 소설은 절대로 고르지 않는 사람도 주변에 꽤나 있다.

나에게 소설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락의 목적이 크고-고전 소설일지라도!- 그 다음을 꼽자면 간접 경험이다. 판에 박힌, 어디에서나 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디에서나 한다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 될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다른 무엇보다도 알리기 위해 쓰여진 것이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 소설은 아마도 읽기에 힘들어서 그만두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나도 중간에 몇 번이나 책을 덮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작중 누군가의 생각이, 행동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하다는 생각을 할 듯도 싶다. 역시 내가 그랬다.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붙들고 앉아 읽은 이유는, 눈을 피하지 말고 보아야지, 싶어서였다.

모르면 편한 일들이 수두룩하고, 어쩌면 모르는 것이 행복할지도 모르지만, 한 번쯤은 보아 두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읽어 보아도 괜찮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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