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융으로 본 세계사 - 솔론의 개혁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까지
천위루.양천 지음, 하진이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돈의 힘은 전지전능하다. 원하는 걸 살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으며, 입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하기 싫은 걸 안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돈의 힘이 막강했던 건 아니다. 물건과 물건을 교환하는 게 너무 불편해서 금과 은, 구리로 된 동전을 만들었다 이마저도 무거워 종이로 만들었을 뿐이다. 편의를 위해 만들어 낸 돈이 지금은 인간의 삶을 좌지우지 한다.
화폐는 포이어바하가 말한 종교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포이어바하는 종교에 대해 인간이 만든 창조물이지만 너무 많은 힘을 투여한 나머지 인간을 지배해버렸다고 말했다. 돈도 마찬가지다. 편의를 위해 만든 창조물이나 지금은 개개인의 인간뿐만 아니라 사회, 넓게는 세상을 조종한다.
그 역사는 꽤나 길다. 돈이 있고 없고에 따라 전쟁의 여신인 아테나를 이리갔다 저리갔다 움직인다. 그리스의 왕좌를 놓고 벌어졌던 펠로폰네소스 전쟁도 결국 어느 나라가 신용이 좋은지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백여년동안 싸웠던 백년전쟁도 예외는 아니다. 잔다르크라는 희대의 영웅이 나타나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였고 최후 승자는 누가 돈을 더 손에 쥐었냐에 따라 판가름났다.
이 책의 강점은 굉장히 광범위한 역사를 금융이란 관점에서 재밌고도 치밀하게 풀어간다는 점이다. 그리스의 쇠퇴에 따른 로마의 등장,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생겨난 여러 왕국들,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으로 이어지는 세계의 헤게모니의 변화, 1,2차세계대전의 결과 탄생한 미국 등 기원전부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부드럽게 이어진다. 그리고 그 광활한 역사를 관통하는 돈의 움직임을 빠뜨리지 않고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면 500쪽 가까이 되는 페이지 수에 압도당하여 중도에 포기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의 몰입도와 미처 몰랐던 역사의 이면저면을 알아가는 재미가 더해져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게 된다. 세계사에 한 층 더 다가가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봐야할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