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 개정2판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 멘토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비극이다, 이 책을 이제서야 읽은 일은! 숱한 독서법 책을 읽어왔지만, 이 책은 가히 독서법의 고전이라 할 터. 이 책의 가치는 간명하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고, 언제까지고 타인에 의한 교육이라는 수단에 의지할 수 없다. 결국, 스스로 깨쳐야 하는데 그 방법은 책이든 뭐든 ‘읽는 것’뿐이다. 이 책의 목적은 독자가 더 잘 읽을 수 있게 돕는 데 있다.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부록으로 추천도서목록과 수준별 읽기 테스트까지 있다. 제1부는 독서의 목적과 이 책에서 설파하는 4수준 독서법의 개요, 제1수준인 기초적인 읽기와 제2수준인 살펴보기를 설명한다. 제2부는 제3수준 분석하며 읽기를 3단계 15원칙으로 소개하며, 제3부는 분야별 독서법(실용/문학/역사/과학·수학/철학/사회과학)을 알려준다. 제4부는 독서의 궁극적 목적이라 할 통합적 읽기 및 결론이 되겠다. 

4수준 독서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참고하길 바란다. 몇 줄로 요약해서 적을 수 있을 정도였다면, 굳이 저자가 약 400쪽에 달하는 책을 쓰진 않았을 일이다. 그래도 이 책에서 반복 설파하는 핵심내용을 간추리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좋은 책을 읽어라. 둘째, 빨리 읽어라. 셋째, 정신 차리고 읽어라. 넷째, 정리해가며 읽어라. 각 내용은 다음 문단에서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다. 

인생은 짧다. 하물며 책 읽을 시간은 더 짧다. 이 짧은 시간 동안 과연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당연히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좋은 책이란, “독자의 정신을 성장시키는 책”이다. 가장 훌륭한 책은 “책을 다시 펼쳐들었을 때 그 책도 독자와 함께 성장한 듯 보이는 책”이다. 그럼, 대체 어떤 책들이 이런 책인가? 역설적으로 양서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믿을 수 있는 이들의 추천도서 목록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럼, 믿을 수 있는 이들은 또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는가? 아직 존경하는 선생 몇 명도 찾질 못한 이들은 이 책의 부록에 실려 있는 추천도서목록이나 『인문학 스터디』(강유원 외 편역)를 참고하길. 

빨리 읽기란 모든 독자의 로망이다. 누구나 단시간 내에 두꺼운 책을 삼키듯 해치우고 싶다. 그런 욕망에 발맞추어 속독법 학원도 우후죽순 생겨난다. 이 책에선 빨리 읽기의 비법을 소개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음의 방법들을 사용하면 자연히 빨리 읽게 된다. 먼저, 좋은 책(읽어야 할 책)을 읽는 것이다. 쓸데없는 책을 읽지 않으면, 자연히 책 읽을 시간이 늘어난다. 다음으로, 다양한 속도로 읽는다. 다시 말해, 빨리 읽어야 할 부분은 빨리 읽고, 천천히 읽어야 할 부분은 천천히 읽는 것이다. 빨리 읽어야 할 부분과 천천히 읽어야 할 부분의 판별은 다독의 경험을 통해서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 읽기의 제2수준 ‘살펴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살펴보기를 사용하면 대충 읽고 던져버릴 책과 한 장 한 장 씹어가며 읽을 책을 가려낼 수 있다. 

셋째, 정신 차리며 읽기란 책을 능동적으로 읽으란 말이다. 책을 잘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적을 갖고 읽는 것이다. 이 책에서 무엇을 얻겠다라는 다짐이다. 능동적 읽기를 돕는 4가지 물음을 소개한다. Q1. 전반적으로 무엇에 관한 글인가? Q2. 무엇을, 어떻게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가? Q3. 전반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볼 때 그 글은 맞는 이야기인가? Q4. 의의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독자는 이미 무의식적으로 이런 물음들을 던져가며 글을 읽고 있을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해가면 된다. 

마지막으로 정리해가며 읽기는 제3수준 ‘분석하며 읽기’에 대한 내용이다. 분석하며 읽기는 총 3단계로, 1단계는 주제 파악, 2단계는 내용 파악, 3단계는 비평을 다루고 있다. 이 단계는 제2수준인 ‘살펴보기’를 거친 다음에 진행되며, 어떤 책을 분석하며 읽고 있다는 얘기는 제2수준을 거쳐 “분석해가며 읽을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는 뜻이다. 주의해야 할 지점이다. 대부분의 독자는 책을 한 번에 제대로 읽고 덮는다. 영원히 덮는다. 하지만 제대로 읽으려면 어떤 책이든, 두꺼운 책이든, 어려운 책이든 빠르게 한 번 ‘살펴보기’를 해야 하며, 그러고 난 뒤에 꼼꼼히 읽어야 겠다는 판단이 서면 제대로 꼼꼼하게 읽으면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독서의 궁극적 목적인 ‘통합적인 읽기(Syntopical Reading)’에 대해서는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이 제4수준이 독서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일반적 독서에 대한 내용은 아니다. 주제 통합적 읽기를 통해 논문을 써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듯하다. 한 책에서 기초적인 읽기부터 이러한 통합적 읽기까지 다루고 있으니, 이 책 역시 독자의 정신적 성장과 함께 성장하는 책에 속할 자격이 있다. 

자신의 책 읽기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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