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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1 (무선) - 제1부 한의 모닥불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은 도대체 우리나라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왜 생활이 편리해지고 겉모습이 번지르르 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그 속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크게 일때가 있다.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한 '태백산맥'이란 소설 속에 나의 의문에 대한 답이 들어 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부터 잘못되었다 라는 말을 자주 들어오긴 했지만 그 내막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가진자들의 꼼수가 통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했을 뿐.
'태백산맥'을 읽으며 이것이야 말로 진정 날것 그대로의 역사 교과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해방 당시의 상황, 한반도 분단에 대한 명확한 원인.
친일파는 왜 어떻게 청산되지 못한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
남과 북이 왜 이념을 달리했으며 결국 분단된 채로 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었는지,
공산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이 겪었던 참혹한 현실과 그들이 바라던 이상.
어느 편에도 설 수 없지만 편을 확실히 하기를 강요받는 이들의 갈등.
선도 악도 아닌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겪는 고뇌에 대한 세세한 묘사.
등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부분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이 여러 사람이고, 매 장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복잡한 구조의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소설 속에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필요한지, 중요한지에 대해서 너무나 절실히 느꼈다. 더욱이 규모가 매우 큰 사건을 다루는 소설에서는 더욱 더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각자의 시각에서 묘사하는 방식의 이야기를 읽음으로서 그 사건에 대해서 정말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전 책 속의 배경이 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조금은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나도 점점 사건의 진짜 내막을 알게되고, 반대편에서 바라보고 있던 그들의 이야기를 알고 나니 점차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대립했던 모두를 이해하는 시각을 갖게 됨을 느꼈다.
이 모든걸 철저히 계산해서 글을 썼을 작가가 너무나 대단하다고 느껴졌고, 존경스러웠다.
정말 글을 쓴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일이 아니며 나로서는 이 보잘것 없고 짧은 글을 쓰는 것도 이렇게 힘들고 괴롭기까지 한데.. 저런 대하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절대로 타고난 무엇이 없이는 할 수 없으리라.
이제 2권을 읽었는데 10권까지 도대체 어떤 인물의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나 기대되고 감히 예상이 되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