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산보
다니구치 지로 만화, 쿠스미 마사유키 원작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고독한 미식가를 그렸던 팀(원작: 쿠스미 마사유키 작화: 타니구치 지로)의 작품이다.

일본은 만화라는 장르가 정말 다양하게 발달된 것 같다. 우리나라도 스토리작가와 작화가가 다른 경우가 있지만 이렇게 안팔릴 것 같은 작품을 위해서도 팀이 만들어지고 잡지는 2년이나 이것을 연재하는 계약을 하다니. (분기에 한번씩 해서 2년간의 계약을 선으로 하고 제작된 만화임)

 

물론 이미 두 작가가 상당히 이름있는 사람들이어서 이렇게 신선하고 자유로운 시도가 가능한 것 같지만, 어쨌든 일본의 만화는 장르도 만들어지는 방법도 작품에서 파생된 다양한 문화도 아주 신선하다. 이렇게 한 분야의 문화사업의 튼튼하고 활성화되어 있는데 왜 다른 분야는 그렇지 못한지도 이상하지만 (폭망했다는 영화는 사실 모르겠고-이름난 영화만 챙겨본 편이라 일본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편. 도대체 이 나라의 TV쇼들을 보면 그저 문화인식의 차이인건지 미개한건지 무너진 공영방송의 거울인건지) 그래도 크고 든든한 뿌리가 있는 셈이니 부럽다.

 

작품은 그다지 재미없다. 일본의 골목구석구석을 걷다가 충동적으로 추억의 물건이나 재미있는 물건을 구매하기도 하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고독한 미식가와 비슷한 패턴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주인공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것이나 잔잔하다 못해 쓸쓸하고...이렇게까지 심심한 내용을 단행본으로 만들어도 되나? 싶은.

 

작화가인 타니구치 지로는 나이도 많고 많은 좋은 작품을 만들어 큰 선생님같은 위치에 있는 것 같은데 그림솜씨 뿐 아니라 이제는 나름 다양한 기법도 써보고 싶은가 본다. 1화에서는 먹으로 작업을 많이 하고 스크린톤을 여러개 겹치고 파가며 작품을 만들어 종이자체도 엄청 무거워서 소중히 들고 가야했다..고 후기에 나와있는데..

원화로 보면 그 정교한 작업에 상당히 존경을 표하는 글이 있고 그래서 그 원화의 느낌을 살리려 인쇄작업에 매우 공이 들었다고 한다. (중쇄를 찍자!)를 보고 원화의 느낌을 살려 인쇄하는 것도 매우 높은 기술과 감각이 필요함을 알았다. 종이재질 선택 하나까지도.

 

그런데 우리나라 단행본 작업시에는 그 정도를 할 수 없어서 그런건지 1화의 그림은 초점이 맞지 않는 느낌이고 주인공도 존재감이 거의 없다. 옛날 만화의 느낌이 나는 점이 나쁜 건 아니지만, 결국 작가도 2화부터는 일반적인 펜으로 그린 것을 보니 본인의 생각과 실제 작품은 많이 달랐다보다.

먹으로 그리겠다는 고집을 말할 때 배가본드가 생각났다. 그런 강렬한 장면을 쓸데는 먹이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세세하고 섬세한 장면은 좀 무리였던 듯.

 

내가 살던 곳의 내가 아는 풍경이 있었다면 한 권쯤 소장했을지도...그러나 일본의 산보를 보기위해 구매하진 않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