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노베르트 로징 글.사진,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노베르트 로징. 사진책을 많이 보진 않았지만 피사체에, 사람도 아니고 평소 관심이 있지 않았던 존재에 이토록 집중하게 되는 사진집은 처음이다.

오랜 시간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캐나다 북극지역을 다니며 그곳의 사계에 따른 풍경과 동물들의 생활패턴을 담담하고도 이해하기 쉽게 펼쳐보이고 있다.

 

이 거대한 육식동물이 이토록 귀엽고 매력이 있으면서도 야성이 살아있는 땅에서 원초적 자연상태로 살아가는 신비한 모습. 사실 이 리뷰는 책을 다 읽고 한참 후에 쓰고 있는 것인데, 지금까지도 자주 생각이 난다. 지금도 이 곰들과 북극여우, 물범들은 잘 살고 있을까...잘 살고 있기를 하며.

 

곰이 새끼를 낳을때는 겨우 다람쥐 만한 것이라던가 쌍둥이를 많이 낳는 것도 인상깊었고. 저 육중한 몸으로 자고 난 후 다양한 요가자세를 취하며 몸을 푸는 장면도 미소가 나온다. (비루하고 뻣뻣한 내 몸뚱이와 비교가 많이 된다)

 

촬영을 하며 추위로 인해 길을 잃고 장비가 엉망이 되는 상황을 현지 에스키모인들의 도움을 받아 극복한 에피소드들은, 우와~ 이 사람 정말 이 땅과 이 땅위의 생명들을 사랑하는 구나 하고..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이에 대한 작은 경의를 표하게 한다. 작가는 절대 오바하여 극한의 경험과 상황을 표현하지 않지만, 담담하기에 더 대단한 듯.

 

아무리 아름다운 오로라가 있어도 나는 이제 이런 곳을 가지 못할것 같다. 예전처럼 저 먼 무지개 너머 어딘가를 꿈꾸는 것도 덜하다. 그런데, 이 작가의 사진을 보면 몸뚱이는 지극히 현대적인 이 땅과 현실에서 있어도 잠깐씩 내 마음은 저 얼어붙은, 이 세상 너머 분명히 존재하는 (서로 만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그 곳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세상엔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게 하는 생명이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