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일까지 읽은 올해의 첫 책. 시원스런 표지에 청소년 소설인가 했는데 택스트 소설이라는 장르(?)의 생소한 방식의 소설이다.

 

어쩌다 이 책이 내가 읽어봐야할 목록에 있어 타 도서관에서 책두레신청을 해서 읽게 되었는지... 아마도 누군가의 블로그나 기사를 뒤적이다 괜찮을 것 같아 제목을 리스트에 넣어놓았던 것 같다. 그러지만 정말 내게 이상했던 책.

 

일단 크게는...이야기라는 형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분명 등장인물도 있고 심리묘사도 있고 작중인물이 어디를 가거나 먹거나 누군가와 대화도 하는데...굉장히 몽환적인 꿈속의 이야기같은 책이다. 스토리로 이해되기 보다는 애니메이션 같은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것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한글은 한글이되 이애할 수도 없고 극적 내용도 없어 절반가까이 읽어가며 눈이 몇 번씩 풀리고 잠을 자버렸다. 내가 왜 아까운 시간에 이 이해되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책을 가지고 씨름 하고 있는가 하며 몇 번이나 내려놓으려 했다. 그러다 책의 뒤편에 소개글이랄까 텍스트 소설이란 장르에 대한 안내랄까 하는 평론가의 글을 읽고 나서 기승전결의 어떠한 스토리를 찾아가기 보다는 추상미술을 감상하듯 작가가 하고싶은 어떤 추상적인 주제를 무게에 두고 소소한 단어나 문장은 신경쓰지 않고 독립영화를 보듯이 눈으로 그림을 보듯이 술술 읽어갔다.

 

어, 근데 이거 무어라 꼭 집어 말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첫째로 내가 읽어오던 소설이 매우 고전적인 형식이 대부분이었고 이런 새로운 방식의 책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너무 의외였고 (나의 독서편력이 의외로 단순한 평면적인 독서였다는 것이 충격), 둘째로 스토리 하나하나에 신경쓰지 않고 눈으로 움직이는 영상작품을 보는 것 같은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의외로 편안하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몸은 사무실이나 집, 방안에 있었지만 책읽는 순간은 구운몽처럼 둥둥 떠 있는, 사차원 오차원에 있는 듯한 느낌.

 

억지로 무언가 과거와 미래, 기승과 전결을 만들어 연결해보려 노력하지 않고 그냥 소설의 참으로 다양한 방식이 있구나 내용 뿐 아니라 기술 방식도 다양할 수 있는 거구나를 알게 해준 책.

 

뭐, 스토리는 무어라 말 하기 그렇고 작가가 여러 상황과 등장인물의 행동을 통해 여러번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름 붙이기"에 대한 것 같다. 평론가의 글을 읽고 그나마 "그런 것인가..?"하며 읽어서 느낀 것이지만.

 

무엇인가에 이름을 붙이고 이름을 통해 존재를 인정, 생성, 깨닫기등을 한다는 것에 대하여. 이를 교훈이나 확정짓듯 하지 않고 그냥 작가가 사유하는 것을 본인의 글을 통해 한번 풀어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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