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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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자 김멜라의 장편소설 『리듬 난바다』는 6개월간의 연재를 거쳐 전면 개고된 작품으로, 기억과 현재의 충돌 속에서 진실을 새롭게 구성해가는 문학적 실험을 수행한다. 작품은 을주, 둘희, 한기연이라는 세 인물의 얽힌 관계를 통해 욕망의 본질을 묻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소설 형식을 과감히 전복한다.

소설의 형식적 특질은 바다와 달이 상호 견인하는 이중 구조로 구현된다. 특히 둘희의 시점에서 과거가 끝없이 재구성되는 방식은 "인간은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걸 이야기로 만든다"는 소설 자체의 진술을 실증한다. 이는 푸코의 담론 개념이나 메타픽션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으면서도, 거창한 이론의 층위를 벗어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존 문제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제목의 '난바다'는 단순한 지리적 거리가 아니라 심리적, 시간적 거리를 표상하며, 어린 을주가 중얼거렸던 "바다 바다, 해다 해다"라는 주문과도 같은 리듬은 절망을 마음으로 소화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몸짓이다. 파도의 리듬처럼 반복되고 때로는 폭력적인 욕망의 충동이 이 소설의 심장을 뛰게 하는데, 문학평론가 인아영이 "세상의 모든 더러운 말을 모아 파도의 아름다운 리듬으로 돌려주는 일"이라고 평한 것은 단순한 미학적 찬사가 아니다. 소설은 폭언과 혐오, 사랑과 상처의 비정한 언어들을 거울처럼 반사하지 않고, 그대로 씹고 삼키고 소화해내려는 치열한 노력을 기록한다.

을주와 둘희의 관계는 법이 지켜주지 않는 영역에 서 있으며, 소설은 이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사랑이 어떤 선언임을 분명히 하면서, 딸기 농장을 운영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어떻게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가를 보여준다. 번역가 송섬별의 추천사인 "이토록 가득하고 맹렬한, 만조의 감정을 본 적 없다"는 표현은 이 소설이 손가락질받을 수 있는 현실의 감정을 어떤 변명 없이 펼쳐놓음을 의미한다. 개별 인물들의 내밀한 욕망을 추적하면서도 심리소설의 길을 거부하는 이 작품은 관습적 글쓰기의 전복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동시에 지극히 감정적이고 목이 메어 터져 나올 것 같은 비통함을 잃지 않는다.

이 균형의 무게감이 『리듬 난바다』를 단순한 실험소설을 넘어 정념의 소설로 격상시킨다. 현실과 기억, 개인과 세계의 관계를 묻는 이 장편은 환상에서 깨어나는 눈부신 환멸 속에서도 그 환멸이 새로운 시작의 신호음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파도에 쓸려 온 유리조각처럼 단단해진 문체와 거침없는 서사 위에서, 독자는 이제 모두의 바다 속에서 떠내려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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